◎용비어천가시는 물론 한문주석까지 현대어로 깔끔히 번역/역사로 읽는 용비어천가번역자 평설 따로 달아 역사적 흐름 이해 도와『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이므로 꽃 좋고 열매도 많나니/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치므로 냇물이 이르러 바다에 가나니』 「용비어천가」 제2장. 나무와 냇물에 비유하여 조선의 왕업을 쌓은 지가 오래됐다는 것을 말한다.
용비어천가는 조선개국을 전후한 이야기를, 화살 하나로 새 두 마리를 한 번에 잡았다는둥, 용을 잡았다는둥 「초를 듬뿍듬뿍 쳐가며」 묘사한 서사시다. 주인공은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 그래서 조선건국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문학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닌다.
그러나 조선이 망한 지도 어언 100년. 이 서사시는 더 이상 봉건왕조를 미화하는 이데올로기 문학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 말의 운율과 아름다움, 그리고 기가막힌 고어적 표현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으로 읽는이를 흐뭇하게 해준다. 10월9일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 문학 고전 중의 고전인 용비어천가 번역본 두 가지가 나란히 나왔다.
연세대 국문과 이윤석 교수가 2권으로 옮긴 「용비어천가」(솔출판사 발행 나랏말쌈 총서 21, 22). 맨앞에 한글로 된 시와 이를 한문으로 옮긴 것, 그리고 시를 한문으로 해설한 것과 이 해설에 대한 한문주석 모두를 번역했다. 완역판이라 할 만하다. 특히 시가 부분을 원문 그대로 『불휘 깊은 남간 바람에 아니 뮐쌔…』로 적어놓고 적당히 알아들으라는 식이 아니라 철저히 현대어로 옮긴 점이 눈길을 끈다. 한문 해설 아래 달린 주석까지 모두 번역, 원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함께 역사적 사실의 비교검토를 가능하게 한 것도 미덕이다. 한문해설과 주석은 원로 한학자 조수익씨가 함께 번역했다.
또 하나는 전 계명대 사학과 교수 김기협씨가 한 권으로 옮긴 「역사로 읽는 용비어천가」(들녘 발행). 김씨의 아버지인 역사학자 김성칠(전 서울대 교수)씨가 48년 번역·출간한 것을 다듬고 한문해설 다음에 번역자의 평설을 따로 달아 역사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방대한 양의 한문주석은 우리 말로 옮기지 않았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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