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힘들다. 너무 불편하다.길에서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 무거운 짐을 들어도 도와줄 줄 모른다. 친절을 베풀어도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한다. 어린이와 노약자를 배려할 줄 모른다. 바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이다.
누구나 어떤 대접을 받으면 기분 좋은 줄 알면서도 막상 남들에게 그런 대접을 할 줄 모른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남을 생각하는 배려가 결국 내게 되돌아옴을 생각하지 못한다.
택시를 잡으면 「지하철 역까지만 운행한다」며 뺑소니를 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뒷쪽에서 마구 밀고 들어온다. 몸이 밀착되는데 대한 최소한의 사과도 없다. 버스는 사람을 태우자마자 덜컹거리며 출발한다. 미처 손잡이를 잡을 시간이 없어 비틀대기 마련이다. 짐보따리를 든 아주머니가 서있으면 세우지도 않고 그냥 통과한다. 당사자가 아니라도 보기 안쓰럽다. 버스에서 내릴때도 조금만 꾸물대면 소리를 질러댄다. 사람이 달려가는 것을 빤히 보면서도 그냥 닫히는 문,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도 서로 밀치고 탈 뿐 급한 사람이 지나갈 통로도 터주지 않는다. 누구 바꿔달라고 묻고 없다고 하면 말도 않고 끊어버리는 전화도 울컥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앞사람을 잘 만나야 빨리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공중전화나 공중화장실도 스트레스를 준다. 사람들 떠드는 소리로 무슨 시장판같은 식당. 겨우 불러세우면 탁하고 물컵을 던지듯이 놓는 종업원. 밥 먹은 다음은 더하다. 수저를 놓기전부터 치우기 시작하더니 보는데서 음식을 마구 뒤섞는다. 어찌 된 것이 식당손님보다 주문하는 종업원 목소리가 더 크다.
서로가 서로에게 무신경함으로써 우리는 소득 1만달러시대가 무색하게 거칠고 조야한 사회에서 살고있다. 어떻게 하면 더 쾌적하게 살 수 있을까. 서로를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민예절을 다함께 생각해보자.<서화숙 기자>서화숙>
◎줄서기/앞사람과의 거리는 최소 20∼30㎝/화장실선 칸마다 서지말고 한줄로
공공장소에서 줄서기는 질서의식의 척도. 해외여행 자유화와 각종 국제대회 유치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줄서기를 생활화하고 있으나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의 줄서기다. 우리 나라에서는 칸마다 줄을 서지만 구미에서는 한줄로 서있다가 먼저 비는 칸을 찾아간다. 프리랜서 여행가이드인 송진선(25)씨는 『이렇게 하면 온 순서대로 들어갈 수 있어 불평이 생길 수 없다. 기다리는 시간도 훨씬 절약된다』고 말한다. 이런 줄서기는 창구가 두군데 이상인 철도 지하철 극장의 매표 창구와 공중전화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 매표소에서 지그재그로 줄을 서는 것이 도입될 만하다. 출퇴근 시간이면 3∼4m정도 되는 인도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로 점령당하다시피한다. 인도를 따라 세로로 줄을 서되 너무 길어지면 또아리를 틀듯이 지그재그로 서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아 좋다. 송씨는 『줄을 섰을 때 너무 앞사람과 붙어있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앞사람과 20∼30㎝ 정도 거리는 두어야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비스업소/퉁명스런 말투·불친절/식사끝나기전 상치우기 이제 그만
회사원 이상엽(29)씨는 점심시간에 혼자 음식점에 가기가 싫다. 밀리는 시간에 4인 좌석에 혼자 앉아 있을때 아무런 양해의 말도 없이 다른 손님을 앉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주부 김지희(34)씨는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맛보고 사지 않았다가 종업원의 퉁명스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같은 불친절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만치 수두룩하다. 음식점에서 메뉴에 적힌 음식을 시키는 데도 없다고 하거나 시킨 순서대로 음식을 주지 않고 음식을 다 먹지 않았는데도 치우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상점에서 점원들은 고객들을 쫓아다니면서 무엇을 찾느냐,살 거냐를 물어보고 안살거라면 가라는 식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병원에서도 소비자들은 진료 접수 절차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보려면 강심장을 가져야 한다. 항의라도 하면 「별 사람 다 보겠네」하는 눈총까지 받는다.
돈내고 서비스를 사도 손님 취급을 못받을 때 대개는 으레 그러려니 넘겨버리기 쉽다. 그러나 이럴때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월간 「식생활」 편집장 박덕훈(40)씨는 소비자들의 권리로 합석시 양해를 받을 것, 식기파손시 손님에게 잘못을 전가하면 항의할 것, 손님이 앉아있는데도 음식을 마구 뒤섞어 치우는 행동에 항의할 것, 「바빠서 어떤 음식은 안된다」는 태도에 항의할 것, 항의 내용의 결과를 꼭 듣고 사과받을 것 등을 제안한다. 불친절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접객업소에서 친절 교육을 하는 곳도 많다. 역으로 「이정도 친절은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 중앙개발 서비스아카데미에서는 음식점에서 어린이 장애인에게 해야할 서비스로 「뜨거운 물을 줄때 휴지로 컵 밑을 싸서 준다」든가 「장애인의 목발이나 휠체어를 만지거나 도와줄 때는 허락을 받아야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음료수를 줄때는 빨대를 꽂아서준다」 「휠체어 손님과 대화할때는 눈 높이를 맞춘다」는 원칙을 교육한다. 신라호텔에서는 아예 서비스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미진한 서비스를 받으면 봉사료를 돌려준다. 재떨이에 꽁초가 3개 이상있다,물컵에 물이 반이하 남아있는데 물을 채워주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메뉴를 시켰을때 「그런 것은 안된다」고 말한다, 식전에 나오는 빵이 푸석하다, 옆사람이 음식가격을 알 수 있게 계산서를 준다,종업원이 손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미소짓지 않는다 등이 리스트.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여운연(46)씨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라고 말한다. 서울 YWCA 사회문제부 김미경(39) 간사는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꼈을때 시정을 요구하는 방식이 문제』라며 『불친절한 대접을 받았을 경우 흥분해 욕설을 하지 말고 이성적인 태도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라. 시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때 소비자단체에 신고하라』고 일러준다. 해당 업소에 시정권고를 내리고 사과를 받을 수 있게 해준다.<노향란 기자>노향란>
◎지하철/급한 사람위해 승강기 통로 터주고 노약자석 비워두기는 기본
회사원 김태훈(27·관악구 봉천동)씨는 출근길 지하철을 탈때마다 짜증을 참을수가 없다. 계단이나 통로에서 모두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서로 밀치거나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 허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과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줄서기문화가 어느정도 정착돼 있는 듯하지만 열차문이 열리는 순간 서로 빨리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려는 조급함에 입구는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황영호(63·강북구 미아동)씨는 『지하철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이는 것같다』고 씁쓸해한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가려는 이기심때문에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덕이란 기대하기가 어렵다. 간혹 눈앞에 자리가 나더라도 서로 달려드는 바람에 몸싸움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는 지하철공사 민원창구에 「어떤 일이 있어도 노약자석만은 지켜지게 해달라」고 의견을 제출했지만 그것이 실현되기는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주로 낮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박미순(46·주부·양천구 목동)씨는 눈 둘데가 없을 때가 많다. 남자들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은 것도 꼴불견이지만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다리를 벌리고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그는 『젊은 여자가 노인이 앞에 와 서는데도 자리를 양보하기는 커녕 꼰 다리를 풀 생각도 않는 것을 보면 우리사회와 교육이 어떻게 돼가는지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한다. 지난해 한국에 온 미국인 캐빈 앵글렘(28·학원강사)씨는 『아이가 신발을 신은채 좌석에 올라서거나 크게 떠들어도 부모가 제재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하철은 하루 400만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공중교통수단. 좁은 공간에서 익명의 남녀들이 무수히 스쳐지나가는 이 곳은 한 사회의 시민의식과 공중질서를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아무리 붐비는 출퇴근시간이라도 노약자석만은 꼭 비워두는 일본의 지하철이나 담배꽁초 하나 발견할수 없는 싱가포르의 지하철과는 달리 한국의 지하철은 무질서하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당연히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8월 4호선 대공원역에서는 알루미늄풍선때문에 열차출발이 20분가량 지연된 일이 있었다. 한 어린이가 들고있다 놓친 알루미늄풍선이 천정의 전차선과 닿아 전기스파크를 일으킨 것. 서울시 지하철공사 황규식 역무지도과장은 『「알루미늄풍선을 들고 승차해서는 안된다」는 주의문이 버젓이 있지만 유원지근처 역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전한다. 최근 1호선 종각역에서는 한 승객이 애완견을 안고 승차해 승객간에 시비가 붙기도 했다. 동물반입금지규정을 어기는 것은 별도로 치더라도 이 승객은 옆 승객이 개털알레르기를 일으킬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어야 했다.
지하철내 공중질서 실종이 가장 심해지는 때는 밤 11시이후. 시청역에 근무하는 역무원 구덕회(40)씨는 『종차시간이 다가오면 지하철은 마치 취객을 실어나르는 쓰레기차같다』고 말한다. 인사불성이 되어 좌석에 뻗어 있는 경우는 오히려 애교로 비칠 정도. 종점에는 취객들이 쏟아놓은 구토물이나 오줌이 수치심없는 공중의식처럼 버려져 있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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