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같은 여야의원들의 질문에 피감기관의 성의없는 답변」97년 국정감사의 초반전을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의 관전평이다. 국회는 1일부터 이틀동안 각각 13개(1일), 14개(2일) 상임위를 열어 국방부, 재경원을 비롯한 정부부처 및 산하단체 등 모두 65개 기관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불과 2개월여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국감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야당의 공세수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졌다. 과거에는 야당은 송곳같은 질문을 퍼붓고 여당의원들은 정부측을 엄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야당의원들까지도 정부측을 코너로 몰아세우는 경우가 드물었다. 특히 국민회의 지도부가 소속의원들에게 「공무원들에게 언어를 조심하는 등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지침을 내린 것이 국감 풍속도 변화의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아사태와 「O―157」 등을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부각된 국감이슈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반면 경기도에 대한 감사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경기지사를 겨냥한 공세차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또 의원들의 국감준비도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질문자료도 충실하지 못했고 정부의 굵직한 비리를 폭로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여야의원들의 질문이 무뎌진만큼 피감기관의 답변도 부실해졌다. 의원들이 과거와 달리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 않자 공무원들의 답변에도 알맹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2일 환경노동위의 노동부감사에서도 이해찬 의원 등이 공무원들의 답변태도를 문제삼았으나 공무원들의 표정에서 과거와 같은 긴장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현정부 임기말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의원 및 피감기관 양측 모두의 이완된 태도때문에 국정감사의 시간도 평소에 비해 줄어들었다. 지난해만 해도 자정을 넘긴 「심야감사」도 적지 않았으나 이번 국감에서는 「서면질의」와 「서면답변」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저녁 무렵에 감사를 마치는 상임위가 대부분이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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