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지난달 29일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한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는 이렇게 국민들에게 사죄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정경유착 스캔들인 록히드사건과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토 고코(좌등효행)씨가 여론의 엄청난 저항때문에 입각 12일만에 전격적으로 사임하게된 이른바 「사토 파문」에 대한 사과였다.
역대 어느 총리보다도 높은 국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총리와 당총재에 재선된 하시모토 총리는 지난달 11일 사토씨를 총무청장관에 임명할때만해도 자신만만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었다. 『뇌물을 받아 실형을 받은 사람을 각료로 임명한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 『일본 정치가의 둔감한 윤리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무엇보다도 하시모토 총리가 자신의 생명줄처럼 생각해왔던 지지율이 20∼30%대로 급락했다. 지난해초 처음 총리에 취임할때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던 하시모토 총리로서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사토씨가 사임하고 총리자신이 이례적인 사과연설을 함으로써 「사토파문」을 무마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본정치가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종만 해왔던 일본국민들은 정치가의 잘못에 대해 자신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시했고 정치가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거대정당 자민당의 파벌정치로 상징되는 과거 일본정치판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정치가들이 「다양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잘못을 「국민의 뜻」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정치가 성숙해지려면 우선 국민들이 정치가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파악해야하고 그 잘못을 국민의 권리로서 응징할 수 있어야 한다.<도쿄>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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