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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간제 해볼 만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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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간제 해볼 만하다(사설)

입력
1997.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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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발표한 입시제도 개선안은 학생선발권한의 완전한 대학회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데서 의미부여를 할 만하다. 학생 선발권을 대학의 자율로 한다는 것은 대학의 해묵은 숙원이었다.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중에는 백분율에 따라 산정하도록 돼있는 현행 학생부 성적산출 방식의 폐단을 어느 정도까지 보완할 수 있는 급간제를 99학년도 입시부터 도입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관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백분율 대신 10∼15등급으로 나눠 같은 등급에 동일한 점수를 주는 급간제는 잘만 하면 상대 평가에 따른 고교교실의 과당경쟁을 다소간은 완화시킬 수 있어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볼 만하다. 특히 백분율로 산출한 고교내신 성적으로 인해 대학입시에서 크게 불이익을 당한다고 해서 자퇴와 시위소동을 벌여 임시휴교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학생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행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이다.

서울대의 개선방안이 의도하고 있는 기본 취지는 물론 특목 고교생들의 불만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급간제를 비롯해 수능성적 위주의 특차모집제 도입(2000년 시행)과 학생부 반영때 과목별 가중치 부여제 등은 비교적 우수 집단인 특목고 출신들과 비평준화 지역의 상위권 실력 수험생들에게 상대평가에 의한 학생부성적 내신제의 피해를 상당부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비교 내신제 폐지에 따른 폐단을 어느 정도는 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장기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단과대학별 일부 과목의 본고사 부활과 수능시험Ⅱ(수능선택 과목시험)까지 시행하게 된다면 비교 내신제 폐지에 따른 특목고생들의 불이익은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이상적인 대학입시 제도의 첫째 필요충분 조건은 대학을 갈 만한 실력있는 수험생이면 실패하지 않고 진학할 수 있으면 된다. 둘째 조건은 대학은 우수학생을 뽑을 수 있으면서도 고교교육을 저해하거나 과외를 부추기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너무나 많은 고졸자들이 4년제 대학으로 몰리다 보니 어떤 입시제도를 갖다 놓아도 문제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학의 학생선발 권한은 아직도 대학에 완전 일임되지 않고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대학을 진학하고도 남을 만한 우수한 수험생들이 재수나 삼수를 하는 모순과 폐단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서울대 입시개선 방안을 수긍하며 기대를 거는 이유는 그것을 계기로 학생선발 권한이 대학으로 완전히 넘겨지게 되고 대학입시 제도가 더 이상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해치는 역기능을 끝내게 됐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 것이다. 특목 고교생들도 기대를 걸고 궤를 벗어난 행동을 자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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