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 할 수 있는 협상자세를(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 할 수 있는 협상자세를(사설)

입력
1997.10.03 00:00
0 0

미국이 자동차협상이 결렬되자 한국을 슈퍼 301조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지정했다. 한미양국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이러한 결렬상태에 온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슈퍼 301조가 발동되면 미국은 21일 이내에 한국의 자동차시장에 불공정행위실태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게 되고 동시에 한국과 협의를 개시하게 된다. 협의기간은 12개월내지 18개월로 돼있고 이 기간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은 보복조치를 하게 된다.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앞으로 한미간의 협상이 언제 시작될지 모르겠으나 우리로서는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에 당황할 것이 아니라 입장을 냉철히 재정리,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처럼 미국의 통상압력 특히 슈퍼 301조의 위협에 굴복했던 나라는 없다. 담배·쇠고기·지적소유권·통신기기 등의 시장개방에서 한국은 비교적 손쉽게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했다. 일본·중국·인도·유럽연합(EU) 등 세계주요국들처럼 자기이익을 지키는데 강인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러한 취약한 자세 때문에 미국의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의해 시장개방공략에서 첫번째 공격대상목표가 된 적이 없지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USTR가 이번에 슈퍼 301조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에도 이러한 미국의 전통적인 대한관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제는 미국측의 무리한 요구에 『노(아니다)』라고 응대할 줄 알아야 한다.

미국측도 독선적인 호전성을 버려야 한다. 미국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극히 저조한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국측의 부당한 수입제한이나 불공정행위에 있다면 마땅히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측이 스스로 이를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측의 주장은 이러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협상에서 핵심사안이었던 관세인하 및 세제개편과 관련한 미국측 주장은 한국측이 전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측은 자동차 수입관세를 현행 8%에서 미국수준(2.5%)으로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10%인 EU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으면서 한국에 대해서 이것을 고집하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다. 또한 배기량 기준의 누진세율로 돼있는 자동차 세제를 가격 또는 연비기준으로 바꾸고 세율도 단일세율화할 것을 요구한 것은 세수차원에서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세금문제는 또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정권교체를 앞둔 현시점에서 정부임의로 수락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형식승인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신축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일방적인 포함외교식의 협상자세를 버려야 한다. 미국은 또한 무역협상수단으로 쌍무협상·지역협상·세계협상 등 3원방식을 편리한대로 이용하고 있는데 세계각국에 통용되는 WTO체제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