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복종에 대한 거부는 내 연극의 정신과도 상통”/강렬한 시각효과와 상징성/일 언더그라운드 연극 맥이어93년 뗏목을 타고 한강을 건너와 강둑 천막에서 연극 「인어전설」을 올렸던 재일교포 연출가 김수진(43·극단 신주쿠양산박 대표). 문명과 극장의 울타리를 벗어나 충격적 스펙터클을 보여주었던 그가 이번 세계연극제에 「복종」의 문제를 들고 왔다. 3∼6일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절대 복종을 거부하는 전설적 개를 소재로 한 「맹인안내견」을 공연한다.
『일본인의 복종정신은 무서울 정도입니다. 겉으론 안 보이는 억압이 많죠. 복종하지 않으면 모두 잡아들이는 겁니다. 좌익운동이 성했던 60∼70년대엔 전국민이 저항을 했지만 힘에 의해 짓눌렸어요. 저요? 저는 반대가 아니라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극을 하죠』
「맹인안내견」은 김수진의 두 스승인 가라 주로가 쓰고 니나가와 유키오가 73년 연출한 작품. 언더그라운드 연극의 맥을 이은 김수진은 야외에서 강렬한 시각효과와 상징성을 띤 작품을 선보였다. 93년 일본문화청 예술제상을 수상하고 94년 프랑스의 아비뇽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중견으로 성장했다.
김수진은 일본문화에 대해 『아무도 심각한 연극을 보려하지 않고 자신의 뿌리를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서구의 것을 닮으려 하고 한가지에 집착하지 않는, 「진짜」(본질)가 없는 나라』라며 『한국도 차츰 걱정된다』고 말했다.
출연을 위해 수염을 기르고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표정만은 앳되다. 그는 무대장치를 만들다 다친 손을 내보이며 『얼마전 귀신을 다룬 「사곡괴담」이란 작품으로 순회공연을 했었는데 귀신에게 인사를 제대로 안해서 그런 것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89년 이후 4번째 내한공연.<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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