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만기안된 어음 환매청구 움직임/대출창구도 경색… 중기전체 돈기근 심화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이 은행에서 할인받은 기아그룹 발행 진성어음중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어음(은행보유분)이 약 4,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부도유예기간 종료직후 협력업체들에게 이들 어음을 되사가거나 다른 어음으로 교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부도유예협약 만료에 따른 후유증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1일 은행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기아그룹 발행어음중 협력업체들이 은행에서 할인받은 뒤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은행이 갖고 있는 진성어음은 4,090억원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부도유예협약 개시후 지난달 중순(7월15일∼9월13일)까지 할인된 어음은 2,920억원이다.
은행들은 기아그룹 재산보전처분결정으로 할인어음결제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현재 이를 할인받은 중소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집중적 환매청구에 나서고 있다. 현행 규정상 채권보전에 필요하다면 은행들은 어음만기전이라도 할인의뢰인(협력업체)에 환매를 요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아파트형 공장이 밀집해있는 서울 성동구 A은행 지점장은 『기아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상 담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신용이 나쁜 협력업체라면 어음의 중도환매를 요청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0여개의 총입주업체중 4분의 1 가량이 기아그룹과 직간접적 협력관계에 있는 시화공단내 B은행 여신담당간부는 『이미 기아어음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고 현금 외엔 결제가 되지 않는다』며 『은행에 담보를 추가로 제공하거나 다른 대기업 어음으로 교체하지 않는 한 협력업체들은 할인된 기아어음을 되사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태라면 협력업체들은 길어야 한달정도밖에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각 은행들은 이같은 협력업체 중도환매에 대해 『전적으로 지점장 재량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은감원 역시 『부실채권이 될게 뻔한 기아어음을 갖고 있는 은행들에게 무조건 환매청구금지를 지시할 수는 없으며 설령 지시한다해도 은행들이 받아들일리 없다』며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은행들로부터 4,100억원대의 할인어음 중도환매청구가 일제히 개시될 경우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은 불가피하다. 나아가 기아그룹 거액부실로 은행 대출창구는 더욱 경색될 조짐이어서 기아후유증은 전체 중소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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