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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10월’ 맞은 기아 협력업체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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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10월’ 맞은 기아 협력업체 르포

입력
199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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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전기요금 낼 돈도 없어요”/자금줄 막혀 집팔고 땅 처분해 하루하루 연명기아자동차에 프레스부품을 납품하는 A사(수원시) 사장 김모씨(46)는 지난 15일 일산신도시의 48평형 아파트를 눈물을 머금고 처분했다. 김씨가 손에 쥔 돈은 3억원 정도. 이중 2억4,000만원은 도산직전에 처한 회사살림에 보태고, 나머지 자금으로 수원에 32평형 아파트 전세를 얻어 들어갔다.

김씨는 아파트를 판 돈으로 9월에 지급해야 할 종업원 임금, 차입금 등을 간신히 해결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사채업자들까지 등을 돌려 부도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에는 3대째 물려받은 지방의 땅까지 헐값에 팔아 부품대금과 임금을 해결했는 데 이제는 처분할 재산도 전혀 없다』면서 『당장 전기료와 수도료를 납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아그룹 협력업체들의 무더기도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7월15일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가 결정된 이후 자금난이 심화돼 온 협력업체들은 지난달 29일로 부도유예협약이 종결되면서 자금줄이 완전히 막혀 빈사직전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역시 기아자동차에 프레스부품을 공급하는 B사(반월공단)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 이 회사는 사장이 살던 집을 처분한 것을 물론 일부 임원들까지 자금을 모아 부도유예기간을 근근이 버텨왔으나, 이제는 회사채발행까지 불가능해져 조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해야할 형편이지만 그동안 보증을 서 준 증권사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산시의 C사도 평소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은행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부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회사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고 받은 어음은 무려 14억원. 이 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은행에 맡기고 마지막 기대를 걸었으나, 은행측이 『담보없이는 어음할인이 불가능하다』면서 『또 찾아오면 공장을 가압류해 대출금까지 회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어음할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회사 사장은 부도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말 마지막 남은 재산인 주택을 급매물로 내놓았으나 아직까지 팔리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C사 처럼 부도를 피하기 위한 최후수단으로 주택을 내놓았거나 처분한 협력업체는 20개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자금난이 극에 달해 뇌사상태를 잠시 연장하는 역할 외에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기아그룹 계열사의 1차 협력업체는 모두 3,400여개사. 2차와 3차협력업체를 합하면 1만7,000개사를 넘는다. 이들 중에서도 기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에 만 부품 등을 납품하는 300여개사의 전속협력업체들은 사실상 부도상태에 처해있다.

기아자동차 자금부 관계자는 『기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속협력업체들은 예외없이 담보여력을 완전히 상실해 어음할인을 통한 회사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10월중에는 10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기아그룹은 이에따라 자동차 판매대금을 협력업체에 우선 지원키로 방침을 정하고는 있으나 9월중 내수판매가 22%나 감소하는 등 수입이 갈수록 줄어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채권단과 기아그룹의 대치속에 협력업체들은 「죽음의 10월」을 맞고 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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