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는 9월 정기국회 개회와 함께 시작되는 연례행사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매년 정례적으로 행정부를 감시 감독하는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올해는 대선일정 때문에 감사기간을 18일로 일정을 다소 줄였지만 과거의 경우는 대체로 20일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행정부의 각 청사는 밤을 대낮처럼 불을 환히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의원들이 요구한 각종자료를 작성하다 보면 그렇다. ◆대선이 있는 해라서인지 과거와는 달리 의원들의 감사태도가 퍽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과거처럼 호통일변도로는 자당후보의 득표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선거 때문에 감사가 수박겉핥기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질적 병폐지만 올해도 별로 개선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방대한 양의 자료제출요구는 여전하다. 특히 인·허사무가 많은 건교부의 경우, 자료제출요청건수는 자그마치 1천8백여건. 지난해보다 2백여건이 늘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다른 업무는 완전히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엄청난 행정력의 소모다.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야당의 한 의원은 교육위를 통해 해당지역 여중고생의 임신경험 여부를 조사, 자료제출토록 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한보사건에서 보았듯이, 행정부의 부정을 감시하는 이 제도가 오히려 부패고리를 엮을 가능성이 올해에는 변할지 궁금하다. 예컨대 「다른 용도」의 의혹소지가 있는 자료요청 등이 줄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감사 의원이 자신의 출장비로 숙식을 해결했다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가 금년에는 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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