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도로, 항만·댐 등 국책사업의 예산낭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들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은 거의 모두가 사업초기에 산정한 사업비를 많게는 수배씩 초과, 국민의 세금을 남용할 뿐만 아니라 경제성 자체를 크게 훼손하여 결국 국가경쟁력 자체를 잠식한다. 이러한 적폐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발연대 때부터 연연히 이어져 내려온 관행이나 특히 근년에 이르러 국정집행의 이완이 심화됨에 따라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재정경제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5단계 광역상수도사업에서부터 남강댐, 경부고속철도사업 등 10개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은 수정사업비가 당초의 사업비보다 130%에서 42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내년 완공예정인 경남 진주 남강댐의 경우 87년 사업초기에 확정된 사업비 총예산은 1,694억원이었으나 올해엔 이보다 4.2배가 늘어난 7,091억원으로 수정됐다. 수몰지역 보상비가 무려 당초 예상보다 8.7배나 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내년에 완공되므로 최종 사업비가 현행의 수정사업비를 크게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의 경우와 같이 완공이 2001년으로 돼있는 장기사업의 경우 현재 수정된 사업비로도 완공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경부고속철도사업비는 당초 사업기간을 91∼98년으로 잡았으나 사업이 지연, 완공기간을 2001년, 2005년으로 순연했고 이에 따라 사업비도 5조8,500억원(90년 6월)에서 10조7,400억원(93년 6월), 17조6,294억원(97년 9월)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수직상승했다. 경부고속철도는 이처럼 공기지연과 사업비급 등을 반복했지만 앞으로도 이를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정부의 국책사업은 공사기간이나 자본의 회임기간이 긴 사회간접자본투자사업이 대부분이므로 정확한 사업비 산정이 어렵다. 특히 근년에 와서는 법치주의가 정착, 국민의 재산권행사가 강화됨에 따라 토지수매 자체가 어렵고 또한 가격도 시가에 접근하고 있어 토지수매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것이 사업비 산정을 틀리게 하는 커다란 불확정요인의 하나다. 그러나 정부는 엉터리같은 사업비산정의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토지수매는 그렇다 치고 사업의 타당성조사에서부터 설계·시공·감리 등의 전 공정에서 과학적이고 경제적이지 못하다. 치밀하지도 못하다. 주먹구구식이다. 설계도 철저하게 다각적으로 현장조사를 하고 나서 착수해야 하는데 치밀한 조사없이 그것도 서둘러 시행한다. 졸속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행정부나 사업관청에서 사업부터 착수하고 보자는 의도에서 최초의 사업비산정을 고의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책사업을 민간기업의 경영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국민을 더 이상 봉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국정의 감독자 입장에서 이를 철저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