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슈퍼301조 적용대상국 발표가 예정됐던 30일 상오. 우리나라의 주요수출품인 자동차가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인지에 국내의 관심이 집중된 순간이었다. 자연히 보도진의 시선도 워싱턴의 한국대사관에 쏠렸다.하지만 서울시각으로 심야 기사마감 시간을 앞두고 대사관에 들러 협상결과를 취재하려다 그만 씁쓸한 경험을 하고말았다. 협상팀에 회담의 진전여부를 묻는 순간 의외의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오늘 장관님이 오시기 때문에 바빠서 그러니 미국측에 물어봐 주십시오』
이날 하오 임창렬 통산부장관이 한미기업협력위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게 돼 있었다. 공교롭게도 자동차협상의 주무부서 장관이 협상타결 여부가 결정되기 직전 미국에 들르게 됐고 협상팀은 장관에게 브리핑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미국측은 이날 301조 적용대상국을 발표하지 않았다. 무역대표부 대표가 의회청문회 때문에 바빠서 한국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통산부의 협상팀은 이같은 「휴전」상황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하오가 되자 썰물처럼 대사관을 빠져나갔다. 물론 목적지는 공항이었다.
텅빈 협상팀 사무실을 지키고있던 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와서 그런지 협상이 시들해진 것같다』고 말했다. 긴장속에 협상결과를 기다리던 이 관계자는 무료해진 듯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며칠전부터 통산부협상팀은 장관 영접준비를 하느라 이중고를 겪었다. 그들의 개인적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장관마중때문에 협상에 소홀하기라도 했다면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전날 우연히 듣게된 협상 관계자들의 대화 한마디가 뇌리를 스쳤다. 『사실 싼값에 수입차가 들어오면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있는 게 아닌가』
불현듯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당신들 우리나라 공무원 맞아요?』<워싱턴>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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