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벽돌… 빛바랜 불탑… 왕도의 영화 사라졌어도 600년 역사 켜켜이 쌓인 세계문화유산의 도시/방콕서 2시간 거리에는 ‘과거로의 산책로’가 있다태국하면 사람들은 주로 파타야, 푸켓, 코사무이 등 해변휴양지를 떠올린다. 또 다른 하나가 있다면 휘황찬란한 금빛깔로 치장된 왕궁과 사원 정도일 것이다. 휴먼아카데미의 여행설계사(Tour Conductor·TC) 연수생들과 태국으로 떠나면서 너무나 잘 알려진 동남아 관광지이기에 큰 호기심을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기대한 곳이 하나 있었다. 바로 태국의 「경주」 「아유타야」다. 우리의 경주처럼 역사적 숨결로 사람들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숨쉰다. 태국의 옛 왕조인 아유타야는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75㎞, 버스로 2시간 채 못되는 곳에서 옛 영화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아침을 먹고 서울보다 더 혼잡한 방콕시내를 벗어나 달리다보니 어느새 드넓은 들판이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첫인상 그대로 끝간데 없는 평원이다. 그 지평선 위로 어느 순간 첨탑이 보이는듯 싶더니 이내 뼈대만 남은 건물, 무너진 벽돌이 눈에 가득찬다.
동행한 연수생들의 탄성이 그칠줄 모른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여행의 참맛을 비로소 느끼는듯 했다. 이곳에 오기 전날 파타야관광을 하면서 잦은 옵션관광 탓에 즐거운 여행길을 불편한 심기로 보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아유타야에선 옵션이 없는 자유여행의 기분을 만끽한다.
빛바랜 불탑, 무너진 벽돌건물 사이로 남아 있는 앙상한 기둥. 아유타야에는 역사의 무게 한편으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피어올랐다. 찬란했던 옛 왕조의 도읍지로 한 시대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폐허로 변한 왕궁과 사원이 나그네의 발길을 반갑게 맞는다. 마치 빛바랜 옛 사진을 보는듯 해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온듯한 감흥을 느끼게 한다.
아유타야는 1350년부터 건설돼 1767년 당시의 버마(현재 미얀마)에 의해 멸망된 태국의 두번째 왕조의 도읍지. 세 줄기의 강과 운하가 사방을 둘러싸 천연의 요새를 구축, 도시를 보호하고 있다. 지금은 인구 약 6만명의 중소도시로 91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왓프라시산펫, 왓야이차이몽콘, 영화「모탈 컴배트」의 무대가 된 왓차이왓타나람, 큰 와불상이 자리한 왓로카이수타람 등의 사원과 박물관이 줄지어 있어 이틀 일정은 필요하다.
아유타야의 상징은 왓프라시산펫. 왕실사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 들어서자마자 가운데 우뚝 솟은 세 개의 불탑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15세기 아유타야 세 왕의 유골이 모셔져 있는 불탑으로 40여년전 다시 복원되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넓은 숲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아유타야왕조의 화려한 왕궁이 위치했던 자리로 버마군에 의해 형체도 없이 파괴돼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외곽에 위치한 왓야이차이몽콘 사원에서는 태국인의 자존심을 만난다. 버마의 침략을 물리쳐달라는 염원이 담긴 72m높이의 실론양식의 첨탑이 그것이다. 이 첨탑은 1592년 버마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 버마인이 세운 첨탑보다 더 높게 지었다. 이곳에 오르면 주변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이 사원엔 노스님의 밀랍인형이 등신불처럼 모셔져 있다. 생전에 해탈의 경지에 이른 인자한 미소를 그대로 느낀다. 머리카락 손톱 발톱 심지어 눈동자까지 생전의 그대로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는 각자의 불심에 달린 듯하다.
동행한 연수생 중 한명이 한적한 도시분위기에 젖어 『켜켜이 역사가 스며있는 유적과 군데군데 야자수 나무가 있는 풀밭 사이를 걷다보니 어느새 중세로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수생도 『많은 관광객으로 소란스럽고 번잡스런 방콕의 왕궁·사원보다 역사적 깊이와 자연의 운치를 여유있게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화답했다.
이곳에선 어쩌면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너진 벽돌사이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 한국에 경주가 있듯이 태국에는 아유타야가 있다.<아유타야(태국)=이정법 기자>아유타야(태국)=이정법>
◎투어 컨덕터 연수생 한설희씨/“해외여행도 설계가 필요하지요”
『무엇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여행설계사(Tour Conductor)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TC전문양성학원 휴먼아카데미(02―3142―4722)의 연수생 한설희(27)씨. 몇개월 전만 해도 직장인으로서 열심히 일했지만 해외출장 등을 통해 TC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어느날 사표를 냈다. 그리고 곧바로 달려간 곳이 휴먼아카데미이다. 한씨는 여기서 새로운 인생설계를 하고 있다. 5년여 동안의 상품포장 디자이너 경력을 포기한채.
TC는 해외여행자를 인솔해 출입국수속에서 숙박 및 관광일정까지 여행의 전 과정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책임자. 여행업계의 꽃으로 불릴만큼 외견상 화려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책임감, 언어능력, 체력 등이 요구되는 힘든 직업이기도하다. 의욕적으로 시작했던 한씨도 현재 여행업계의 현실적인 문제에 접하고선 이 일을 잘해낼지 간혹 불안감이 들곤 한다고 말한다.
『과열경쟁, 무리한 쇼핑일정, 옵션관광의 구조적 문제점은 여행업계의 현안입니다. 하지만 TC는 사소한 일까지도 늘 여행자의 편에 서서 만족할만한 일정을 계획할 책임이 있습니다. 결국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지 못하다면 이 일을 해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한씨는 실제로 동남아여행 실습연수에서 「여행사―TC―현지가이드」로 이어지는 석연치 않은 「연결고리」를 체험했다고 말한다. 여행업계의 부조리를 직접 겪으면서 직업으로서의 TC에 처음 불안감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TC는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한씨는 『신경써야 할일도 많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어려움을 참고 꼭 전문TC의 꿈을 이루겠다』고 힘주어 말한다.<이정법 기자>이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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