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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처럼 남은 인간의 체취/박홍천 사진전/9일까지 샘터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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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처럼 남은 인간의 체취/박홍천 사진전/9일까지 샘터화랑

입력
1997.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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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취’ 연작 30점 선봬박홍천씨의 사진은 사실기법상 특별한 구석이 없다. 장시간 노출에 의한 핀 홀 카메라적 기법, 쉽게 말해 「찰칵」하는 셔터의 시간을 30분 정도로 길게 늘린 것이 작업의 특징이라면 특징. 하지만 그의 사진 안에는 참 많은 사람과 이야기가 있다.

97 광주비엔날레 권력전에 텅 빈 놀이공원의 생경한 모습을 담은 사진작품 「엘리스에게」연작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박홍천(37)씨가 9일까지 샘터화랑(02―514―5122)에서 사진전을 갖고 있다.

「체취」 연작 30점은 지난 2년간 호주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살며 찍은 사진. 수평선이 기존 사진보다 훨씬 밑에 깔린 특이한 구도가 돋보이며 넓은 공간을 차지한 하늘이 환상적 색감으로 연출돼 데생이나 회화를 연상시킨다. 사진 속에는 촬영 30분 동안 벤치에 앉았던 노인이나 공원에 놀러온 가족들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난다.

사진에서 사람의 흔적과 체취를 찾는 것은 사진보기의 즐거움이다. 그에게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포착해내는 도구이다.

그 안에는 작가의 어머니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시간의 퇴적물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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