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활동 족쇄 풀렸다” 홀가분한 분위기/현대 14명 모두 포함 “현정부와 화해 완결편”재계는 30일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과 연루됐던 기업인들의 「개천절 사면복권」에 대해 일제히 환영을 나타냈다. 당연한 박수지만 그동안 실형이라는 굴레를 쓴채 대내외적으로 적지않이 고생한 해당 기업들은 이번 결정으로 홀가분해하는 분위기다.
사실 삼성이나 대우·동아·동부·진로그룹 등은 총수의 실형으로 직간접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대외활동에 한계가 있었으며 그룹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 등 알게모르게 적지않은 경영차질도 있었다. 해당 그룹의 총수들은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고 ▲국내 경영대권을 넘기며 ▲공개행사에 전혀 참석하지 않는 등의 형태로 대응했다. 경영에 흥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면에 대해 해당 그룹을 포함한 재계는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내린 조치이어서 정치적 의미가 적지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재계가 앞장서 달라는 주문으로 알고 있다』며 경제회복에 힘을 실은 조치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의미도 물론 크다. 어떤 형태로든 재계의 지원이 선거를 위해 불가피하고 재계에 대한 야당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라는 분위기 등이 사면복권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계는 그러나 굳이 정치적 의미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어차피 정치와 경제가 맞물릴 수 밖에 없는 한국적 현실에서 경제살리기라는 큰 과제에 재계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해석이다. 재계는 따라서 『정경유착의 악습을 끊고 경제활력을 회복시키는데 전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데 이번 사면이 적지않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는 특히 개천절특사에 주요 그룹의 총수가 모두 포함된 것은 물론 현 정부 출범직후부터 어려움에 빠졌던 현대그룹 관계자 14명 모두가 포함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현정부 출범이후 현대그룹이 심한 「가슴앓이」를 계속해온 사실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가 정부와 현대간 「화해의 완결편」이라는 해석이다.
현대는 현정부 출범직후부터 상당기간 일체의 지원을 못받은 것은 물론 상장 등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신규사업 참여도 엄두를 못냈었다. 설비자금 등 정책자금을 받지도 못했으며 시중은행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어 그룹 전체가 외부지원 없는 가운데 3년여를 버텨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정부와 현대의 관계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9월9일에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이 이례적으로 전경련회장을 대신해 청와대 경제단체장회의에 참석했었다. 전경련의 부회장서열 뒷자리인 그가 회장을 대신해 청와대에 참석, 그룹의 현안 등을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당시 참석에는 청와대의 적극적인 초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모임 이틀뒤인 11일 코리아서밋에서 정회장은 『현대그룹의 제철사업 참여』를 공식화했으나 정부가 전처럼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철강수급상의 문제를 이유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던 통상산업부가 『현대측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에서 가타부타를 말할 수 없다』고 밝히는가 하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포항제철은 『현대의 참여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화해무드중에 현대식구 14명에 대한 사면복권이 이루어졌다. 재계가 이를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현대의 숙원사업인 제철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변화를 몰고오지 않겠느냐는 시각들이다. 이를 반영하듯 다른 그룹과는 달리 현대는 이날 공식논평을 내고 『위축된 경제를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룹입장을 밝혔다.
삼성이나 대우 등도 공식적으로 자료를 내지는 않았으나 『기업활동에 전념하라는 정부의 주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큰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고 대외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힘쏟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동아를 포함한 다른 그룹들도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살리는데 이번 사면조치가 기여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일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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