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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황순원씨 ‘산골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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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황순원씨 ‘산골아이’

입력
1997.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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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평안도 사투리로 엮은 우리네의 소박한 옛날이야기『옛날 한 총각애가 여우고개 너머 서당엘 다니는데 아주 총명해서 글두 썩 잘 하는 애구나. 그른데 하루는 이 애가 고갤 넘는데 데 쪽에서 꽃같은 색시가 하나 나오드니 귀를 잡구 입을 맞췄구나. 그러드니, 색시는 제 입에 물었든 알록달록한 고운 구슬알을 총각애 입에다 넣어주었닥 총각애 입에서 도루 제 입으로 옮게 물었닥 했구나. 총각애는 색시가 너무나 고운데 그만 홀레서 색시가 하는 대루만 했구나』(49쪽).

「소나기」로 유명한 원로소설가 황순원씨가 젊어서 쓴 동화 3편을 모은 「산골 아이」가 나왔다. 산골아이(총각애)는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나중에야 훈장님이 색시가 구슬알을 넣어주거든 꿀꺽 삼키라는 말을 따랐다. 구슬알은 도토리로 변하고 색시는 여우로 변해 죽었고 총각은 이후 몸이 나았다.

요즘 창작동화와 달리 옛 정서가 물씬하고 단순소박하면서도 깊다. 환상이 아닌 비극적 상황에서도 감상적으로 슬퍼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는 따뜻한 사랑이 넘친다. 이제는 제대로 듣기 힘든 평안도 사투리도 구수하다. 사투리 옆에는 표준어 설명을 달아놓았다.

함께 실린 「골목아이」는 길잃은 고양이 새끼를 주워다 기르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달과 발과」는 새끼게가 시련을 겪으며 삶에 대해 깨달아가는 성장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화가 신응섭씨가 토속미 물씬한 컬러삽화를 그렸다. 가교 발행, 6,000원.<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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