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몹쓸 병원균처럼 자살심리가 번지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특히 학원폭력 추방,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우리 사회의 청소년보호와 육성능력에 실망감을 떨칠 수 없다.일련의 사건은 얼마나 고통이 컸기에 그런 극한수단을 선택했을까 하는 동정과 함께 그들 주변의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아무리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는 여고생은 유서에 「엄마 아빠는 내 입장이 되어 보라」는 충고를 남겼다. 10여년전 한 여고생이 유서를 통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한 이후 부모들의 공부강요가 사회문제로 대두됐으나 성적문제는 여전히 자살의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10대들의 자살사건을 보면서 부모, 교사 등 기성세대는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문제없음. 우리 아이는 괜찮음」이라는 진단을 내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나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자신의 만족과 편의 위주로 편집된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다시 점검해야 한다.
자아를 형성해 가는 시기인 10대는 본질적으로 기성세대가 보면 방황이나 탈선이라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기 쉽다. 더욱이 오늘의 10대는 나약하고 심약하며 자기중심적이다. 역경과 고통을 참고 이기면서 내일을 지향하는 이른바 「만족 지연의 훈련」도 되어 있지 않다.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자살마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만든다. 그들 대부분의 우상은 연예인 스포츠맨 등 대중 스타이다. 청소년들의 이같은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의 관심과 애정은 10대들의 처지에서 볼 때 일방적이고 왜곡된 것일 수 밖에 없다.
자살은 사건이 발생한 그 무렵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건강하고 강인하게 자라지 못한 청소년은 자살충동을 갖기 쉽다. 자살했거나 자살을 기도한 청소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좌절을 경험한 상태에서 소외감, 열등의식을 해소할 기회를 갖지 못한채 극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가정생활에서는 갈등과 역경을 딛고 훌륭하게 성장한 모델, 청소년들이 모방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론 부모나 교사가 그 모델이 되는 것이다.
자살을 막는 마지막 노력은 그들의 심신상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자살하려 하는 사람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을 말려 주기를 바라는 SOS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자살한 학생들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이 비상신호를 주변의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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