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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사 사건’ 러시아의 변명/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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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영사 사건’ 러시아의 변명/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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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부에 비쳐진 것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건을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수사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아·태담당 외무차관은 24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최덕근 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 피살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러시아가 철저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북한소행 운운하며 떠드는 게 기분나쁘다는 뉘앙스가 그 발언속에 담겨있다.

러시아는 구소련 붕괴후 「범죄천국」으로 변했다. 「마피아」는 유행어가 됐고 서방에서는 모스크바로 마피아관광을 가자는 우스갯 소리도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수사당국은 팔장만 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 내무부는 23일 지난 8개월동안 1만 8,976건의 조직범죄를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믿을 만하다. 러시아 경찰은 최근 「껍데기만 남았다」는 불명예를 많이 씻어냈다. 4월말 모스크바 근교 다차(별장)지역에서 피살된 발렌틴 스치 하키협회회장 사건의 경우 수사 4개월만에 범인을 체포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크라스노다르주 피아치고르스크 역 폭탄테러 사건의 범인 3명도 체첸으로 도주하기 직전 검거했다. 지난해 11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이군경 협의회 회장등 무려 14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한 모스크바 코틀라코프스키 묘지 폭탄테러 사건도 4월말 범행전모가 거의 밝혀졌다.

그러나 내달 1일로 사건발생 1년을 맞는 최영사 피살사건은 전혀 이야기가 다르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해 11월 초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에 진전이 있으면 공개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지난 1년간 발표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순하지 않은 사건」운운이다. 그러면 하키협회회장을 포함해 14명이 학살당한 코틀라코프스키 묘지 테러사건은 단순한가. 러시아는 「북한을 의식해 범인을 못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수사진행 상황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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