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총재취임 이후 김영삼 대통령과 「이총재」의 관계를 규정할 변수는 두가지다. 이총재에 대한 김대통령의 지원의지와 이총재가 가시화할 김대통령과의 차별화전략의 강도가 그것이다. 이대표는 김대통령과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계속 긴밀히 하겠다는 생각이다.그는 29일 마지막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에게 임기말까지 당적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표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지지도 제고를 위해서는 김대통령과의 차별화, 다시 말해 김대통령의 통치행태 및 정책에 대한 공개적 비판과 사안에 따른 부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 「3김정치의 청산」에 부쩍 강조점을 두고 있으며 금융실명제, 경부고속철도 등 현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한 대안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이대표측은 이를 「합리적 차별화」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민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비판이 아니라 김대통령과 여론의 동의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현안에 한해 건설적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간에 불협화가 발생할 소지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게 이대표측의 전망이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 사면건의 파문에서도 나타났듯 김대통령과 이대표의 인식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까지 청와대의 태도에 비추어 이대표의 차별화수준이 일정한도를 넘어설 경우 다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엄존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김대통령이 「이총재」의 선택이 무엇이든 정권재창출이란 지상명제를 위해 포용의 자세를 보여준다면 갈등의 소지는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사실 이대표측은 87년 13대 대선당시 노태우 후보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같은 김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총재」의 차별화수위가 어디까지일지, 김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단하기 어렵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는 그만큼 큰 가변성을 안고 있는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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