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호가들에 물밑 구매타진/정부선 “어떻게 환수하나” 고심【도쿄=김철훈 특파원·김정곤 기자】 지난해 일본인 골동품 수집가 히가사 겐이치(일립건일·89)씨가 강탈당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54점(본보 96년 12월30일자 보도)이 제3국인 중국에 반출된 것으로 확인돼 관계당국이 환수방안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히가사씨는 지난해 11월18일 고베(신호)시 집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칼을 든 남자 2명에게 고려청자 등을 강탈당했다며 한국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었다. 히가사씨가 빼앗겼다고 신고한 35종 54점의 한국도자기 중에는 조선염부초화문조동병, 조선진사환문호, 고려청자음각수주 등 국보급문화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29일 도쿄와 서울의 골동품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범인들은 지난해 사건 직후 이 도자기들을 중국으로 운반했으며 현재 국내 골동품애호가들에게 조심스럽게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애호가들은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고 나섰으나 「장물」이라는 점 때문에 선뜻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인사동의 한 골동품상은 『잘못하면 밀반입자는 밀수범으로, 구입자는 장물취득혐의로 형사처벌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는 『이 도자기들은 일제 강점기에 도굴꾼 등에 의해 일본으로 불법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반드시 되돌려받아야 할 문화재』라며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환수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문화체육부도 「문화재 보호」측면에서 다각적으로 이들 도자기의 환수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국가가 나서서 장물을 거래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계는 우리나라가 82년 가입한 「유네스코 문화재 불법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금지와 예방에 관한 협약」에 일본은 참가하지 않고 있어 반출문화재가 한국에서 적발돼도 이를 일본에 되돌려줄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도 이같은 견해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그러나 일본정부가 반환을 요구할 경우 외교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많아 히가사씨의 도자기 환수문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히가사씨는 90년에도 도자기 9점을 한국인에게 강탈당했으나 한일간 마찰을 빚은 끝에 결국 돌려받은 전례가 있다. 일부 국내애호가들은 이때문에 민간차원에서 일단 구매한 뒤 문체부산하 문화재관리국에 일괄 판매하는 방식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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