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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맨 강동석과 함께 사이버 대항해/인터넷 방송국 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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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맨 강동석과 함께 사이버 대항해/인터넷 방송국 M2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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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1월 LA를 출발/올해 6월 부산도착까지 파도·바람·고독과 싸우며 3년5개월 고난의 여정/생생한 비디오 영상·일지 등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오늘부터 한달간 네티즌에 방영『94년 1월20일, 망망대해 북태평양 한가운데.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았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다. 온통 어둠뿐이다. 마치 악마의 울음같은 거센 바람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렸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휘두르는 분노의 망치처럼 파도는 뱃전을 부서져라 두들겼다. 그때마다 우지끈 우지끈 돛단배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온몸을 떨며 울어댔다.

다음 순간 3∼4m의 집채만한 파도가 배위로 덮쳤다. 아아, 끝나는구나, 이대로 아무도 모르게 여기에서 죽는구나. 출항한지 하루만에 이렇게 끝나다니…. 동승한 대만 친구 필립의 처절한 비명을 뒤로하고 의식이 가물가물 흐려져갔다.

다음날. 뱃사람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져오는 무시무시한 북태평양 태풍에 시달린 배의 처참한 흔적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광인의 눈처럼 희번득이는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했다. 쓰러져있는 필립을 일으키며 이것이 끝이 아니라 험난한 항해의 시작임을 절감했다』

길이 6m, 폭 2m의 돛단배 「선구자 2호」로 94년 1월부터 97년 6월까지 3년5개월동안 대양을 누빈 요트맨 강동석(28)씨의 항해일지 한부분이다. 그가 이번에 고난의 여정을 인터넷에서 네티즌들과 되짚어본다.

인터넷방송국 M2(대표 박중하)는 강씨의 여행과정을 동영상과 항해일지, 인터뷰 자료 등으로 소개한 「대항해-여행가 강동석과 함께 떠나는 30일간의 사이버투어」(www.m2station.com)코너를 마련, 29일부터 1개월간 방송한다. 「대항해」는 그가 항해중 촬영한 생생한 비디오필름과 일지로 꾸며졌으며 네티즌이면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항해는 LA에서 시작해 하와이, 호주, 남아프리카, 세인트헬레나, 파나마, 일본을 거쳐 부산에서 마무리됐다. 날마다 적어나간 그의 항해일지를 보면 태평양, 인도양 등 험난한 대해에서 파도와 바람과의 싸움은 물론 자신의 절대고독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잘 나타나 있다.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LA를 출발하자마자 태평양 한복판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강씨는 친구 필립이 하와이에서 내린 후 줄곧 외로움이란 적에게 매일같이 시달렸다. 망망대해에서 그의 고독을 달래준 것은 말못하는 바다짐승들이었다.

『95년 6월23일. 버거는 오늘도 떠나지 않았다. 노란부리에 희고 검은색 깃털을 가진 못난이 바다새. 사흘전 허락도 없이 요트로 날아들어와 아직까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바다 한복판에서 외로워 찾아왔는지 고단한 날개짓을 쉬러왔는지 쓰다듬어주는 손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에게 정을 붙이려는 모습이 기특해 버거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어디가 아픈지 먹을 것을 주어도 먹지않고 날개짓이 힘이 없다. 이제는 선실까지 들어와 발치에서 잠을 자며 여기저기 똥을 싸놓는다.

갑자기 갑판에서 햇볕을 쪼이던 버거가 날개를 퍼덕인다. 동료들인지 멀리 한무리의 새들이 배를 향해 날아오고있다. 그래,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지. 가거라. 버거를 조심스럽게 두손으로 안아 하늘높이 던져올렸다. 기우뚱, 모로 기울던 버거는 하늘로 솟아올랐다. 햇빛때문일까, 새떼 속으로 떠나는 버거의 뒷모습을 보노라니 웬지 눈물이 흘렀다.』

『96년 9월7일. 인도양. 순박한 짐승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번 항해를 통해 깨달았다. 사나운 상어조차도 이쪽에서 괴롭히지 않는 한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그저 호기심많고 넓디넓은 바다에서 사람과 똑같이 외로움을 타는 생물일 뿐이다.

어제는 폭이 2m가 넘는 가오리 한 마리가 배 고물에 바짝붙어 반나절을 쫓아왔다. 먹을 것을 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너울너울 따라오다가는 사라졌다. 오늘은 돌고래들이 배옆에서 껑충껑충 물위로 뛰어올라 재주를 부리며 외로움을 달래줬다. 「윙윙」 전파음같은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노라면 머리가 감전된 듯 아파온다. 무슨 말을 하는 듯 한데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하기 때문이다.

바다짐승들은 의외로 소리에 민감하다. 커다란 몸체를 해면에 둥둥 띄우고 잠을 자는 고래. 사람이 먼저 발견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배와 충돌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단파라디오를 틀어놓았다. 배 바깥으로 라디오소리가 흘러나가면 고래들은 배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잠수하거나 옆으로 비켜 길을 열어주었다』

강씨의 항해는 노트북과 함께 한 사이버여행이었다.

『94년 7월27일. 사모아항에서 50만원을 주고 386노트북PC를 샀다. 항해기간내내 소중하게 사용할 장비이다. 아마추어 무선통신(HAM)라디오를 노트북에 연결해 각국 기상청에서 보내주는 기상도를 그림으로 받아볼 수 있다. 노트북PC를 통해 그림으로 받는 기상도는 날씨, 해류, 풍속, 풍향 등 항해에 있어서 절대 필요한 정보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중학교때부터 애플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며 갈고닦은 컴퓨터실력 덕분에 노트북PC다루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다. 밤에는 패크맨, 바둑 등 컴퓨터게임을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밤바다는 그에게 두려움과 편안함을 함께 주는 공간이었다.

『95년 6월16일. 호주의 면세점에서 위스키를 5병샀다. 떨어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콜라에 섞어 마시는 술맛은 그만이었다. 맨몸에 감고 있던 안전띠도 풀어놓고 고독을 안주삼아 마셨다. 안전띠는 배에서 추락해 실종되는 것을 막아주는 1.5m 길이의 필수장비였다. 한잔 두잔 마신술이 취해 밤하늘의 별도, 달도, 바다도 온통 빙빙 돌았다. 소변을 보기위해 일어섰다. 선실에 변기는 있지만 바다위에서는 화장실이 따로 필요없다. 바다 자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화장실이나 다름없다. 소변은 서서보고 대변은 배 난간에 편하게 걸터앉아보면 된다. 가끔 배설물을 향해 달려드는 고기떼를 보고나면 낚아올린 물고기가 먹기 싫어진다. 소변을 보던 중 배가 기운다고 느낀 순간 뒤로 넘어졌다. 앞으로 쓰러졌다면 끝모를 어둠뿐인 바다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픔보다도 죽음이 훑고간 두려움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래서 남은 위스키를 모두 바다에 부어버렸다.』

『95년 10월8일. 마리샤스항을 떠나며 통기타를 구입했다. 생전처음 기타를 만져봤다. 틈틈히 노래책을 펴놓고 기타연습을 했다.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목청껏 악을 써가며 비틀즈의 「렛잇비」(let it be)나 둘다섯의 「긴머리소녀」 등을 부르면 속이 후련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이라는 공연장에서 바다짐승들을 청중삼아 노래를 불렀다. 박자와 음이 틀리고 반주가 엉망이어도 누구하나 탓하는 사람이 없어 좋았다.』

강씨는 97년 6월8일, 부산항에 도착한 후 출발전보다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75㎏나가던 체중이 60㎏정도로 줄어버렸고 라면과 깻잎은 너무 먹어 이제는 보기조차 싫어졌다. 그는 앞으로 미국 남가주대 역사학과 3학년에 복학해 학업을 마칠 생각이다. 졸업후 중등학교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강씨는 2, 3년동안 체력보강을 한 후 돛단배로 남극탐험에 도전할 생각이다. 그때는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현장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인터넷생중계 코너도 마련해 볼 생각이다.

◎M2 초기화면서 ‘대항해’ 선택후 탑승

인터넷방송국 M2에서 준비한 강동석씨의 사이버항해기 「대항해」는 풍부한 볼거리위주로 꾸며져있다.

강씨가 여행기간동안 직접 촬영한 비디오 동영상이 29일부터 10월말까지 한달동안 여정 순서대로 매일 20분 정도씩 소개된다. 또 여행지에서 벌어진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의 육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는 인터뷰 동영상도 방송된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의 풍물, 명소, 음식, 기후, 화폐 단위 등 각종 여행정보가 한글로 제공된다.

네티즌들이 「대항해」를 감상하려면 M2 초기화면(www.m2station.com)에서 「대항해」메뉴를 선택한 다음 탑승표시를 마우스로 눌러주면 된다. 기항지가 일정별로 나열돼 있어 원하는 지명을 선택하면 해당 동영상과 각종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려면 인터넷에서 「리얼비디오플레이어」라는 동영상재생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전송받아 PC에 설치해야 한다.

M2는 네티즌들이 전자우편으로 궁금한 점을 물으면 강씨가 소상히 설명해줄 수 있도록 전자우편함도 곧 설치할 계획이다.<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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