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담… 환호… 만세 “짜릿한 휴일”/집·역·차속 손에 땀쥔 90분/“세상 짜증 말끔히 해소 모처럼 크게 웃었다”/업소선 “식사·음료 무료제공” 건배 또 건배『이겼다』 한반도의 함성이 일본열도를 뒤흔들었다.
5만여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속에 28일 도쿄(동경)에서 치러진 98 월드컵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붉은 전사」들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고 듣던 국민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후반들어 어이없게 선취점을 내준 우리팀이 게임종료 직전 연달아 2골을 뽑아내자 국민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장기간의 불황에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식상해 있던 국민들은 청명한 가을 하늘만큼이나 상쾌한 승전보를 만끽했다.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선 실점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투혼을 발휘한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길 경우 식사 음료 무료제공」을 약속한 각 업소에는 건배잔이 돌았다. 신촌 카스캐빈에서 TV를 지켜보던 손님 2백여명은 역전골이 터지자마자 주인 정승룡(34)씨가 제공한 맥주 잔을 높이 들어 일제히 건배했다. 이날 하루동안 맥주 3천병을 무료 제공한 정씨는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다. 적지에서 승리한 우리 선수들이 대견하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에 응원단을 파견한뒤 서울 종로구 명륜동 미스터호프를 전세내 응원하던 컴퓨터축구동호회 「레드데블(붉은 악마) 서포터 클럽」 회원 2백여명은 『붉은 전사들이 큰 일 낼 줄 알았다』며 밤늦게까지 기쁨을 나눴다. 「승리의 기쁨을 나눕니다」는 안내문을 출입구에 써붙인 서울 강동구 천호동 수원회관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주메뉴인 갈비탕을 무료로, 나머지 음식은 40% 할인해 판매했다. 주인 엄상흠(60)씨는 『정치고 경제고 어디 웃을 구석이 한 군데라도 있느냐』며 『돈으로 치면 1백만원 이상 손해지만 그래도 기분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용인 애버랜드는 한국팀의 승리를 기념해 이날 하오 5시이후 입장한 시민 1만여명에게 재방문 무료입장권을 나눠준데이어 『30일까지 입장하는 모든 시민에게 재입장권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C통신 하이텔에는 경기 종료후 10분도 안돼 한국팀의 대역전극을 전하는 글들이 1백50여건이나 올랐다. 이날의 축구열기를 반영하듯 아파트단지 주차장은 자가용들로 만원인데 반해 쇼핑차량들로 북적이던 서울 시내 백화점 주변 도로는 한산했다.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과 북한산 등에는 평소보다 행락객이 20% 이상 줄었으며 대부분 등산객들은 아침 일찍 산에 왔다 경기시간에 맞춰 서둘러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하오 빅이벤트인 대상경주가 2차례나 예정돼 있던 과천경마장의 입장객도 평소 일요일보다 5천명 가량 감소했다.
TV가 설치된 우등고속버스는 물론 시내버스 택시들도 예외없이 축구중계방송을 켜 놓은 채 운행했고 조기축구회 회원이 많은 택시운전사 가운데 일부는 골이 터질 때마다 경적을 울려댔다.<윤순환·이동훈 기자>윤순환·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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