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펑(이붕) 총리는 행운의 정치가다.얼마전 폐막한 중국공산당 15차 전국대표대회(15전대)에서 그는 3번째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됐다. 이로써 그는 중국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최장수 위원이 된 것이다. 그가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첫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0년전인 87년 10월 13전대. 당시 그와 함께 선출됐던 다른 4명의 상무위원들의 정치역정을 살펴보면 정치적 행운아로서의 그의 위상은 뚜렷해진다. 당시 총서기로서 그보다 서열이 높았던 자오쯔양(조자양), 그리고 차세대 지도자로 각광받던 후치리(호계립)는 89년 천안문사태로 실각했다. 그리고 89년이후 줄곧 총서기로 물망에 오르내리던 차오스(교석) 역시 이번 당대회에서 퇴진했다. 그리고 야오의린(요의림)은 92년 14전대에서 은퇴한뒤 95년 사망했다.
물론 리펑의 이런 행운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최대위기에 몰렸던 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그는 확고한 자세로 진압의 선봉에 섬으로써 오늘의 기반을 쌓았다. 그는 분명 89년 당시 그와 정반대의 입장에 선 자오쯔양과 달리 「현명한 선택」을 통해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치적 승리를 정치 노선의 실현에서 찾는다면 평가는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총서기 장쩌민(강택민)의 정치보고는 87년 13전대 당시의 자오쯔양의 정치보고의 큰 테두리를 따르고 있다.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있다는 상황인식, 소유제를 다양화하고 국유기업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 또한 정치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등. 경제개혁 분야에 대해서는 13전대에 비해 구체화하고 발전시킨 15전대의 보고가 정치개혁 분야에서는 13전대의 보고에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경제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정치발전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킨다. 때문에 13전대의 자오쯔양의 정치보고는 21세기 중국에 대한 비전으로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리펑은 한없이 초라하다. 이런 이유때문에 리펑을 「패배한 승자」로, 자오쯔양을 「승리한 패자」라는 역설이 가능하다. 행복한 정치가는 자오쯔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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