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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의 역전 후련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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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의 역전 후련하다(사설)

입력
1997.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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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통쾌한 역전승이었다. 그것도 적지에서 패색이 짙던 경기를 후반 강인한 정신력으로 뒤엎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경기불황 등으로 답답했던 국민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98프랑스월드컵 진출 전망을 한층 밝게 했다. 감독과 선수들의 노고를 치하해 마지않는다.황홀한 역전드라마는 감독 선수 국민들이 3위일체가 되어 일궈낸 역작이다. 적시에 선수를 교체한 감독과 선제골을 내주고도 7분을 남겨놓고 불같은 투지로 2골을 넣은 선수들, 그리고 응원을 하기 위해 도쿄까지 나들이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멋들어진 합작품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축구의 자랑이라고 할 선수들의 끈질긴 투혼을 높게 사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체력이 달려 움직임이 둔해진 일본선수들과는 달리 한국선수들은 더욱 빨라졌다. 이것이 역전극을 끌어낸 바탕이지만 평소의 충실한 훈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같은 한국선수들의 투지는 일본이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에만은 질 수 없다고 만반의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난다. 일본은 대한국전을 앞두고 지난 12일 브라질출신의 로페스 와그너란 선수를 부랴부랴 귀화시켜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고육지책까지 썼었다.

일본은 이번 패배로 그 빛이 바랬지만 그들의 조직적이고도 과학적인 축구와 축구에 대한 열의는 우리도 본받을 만하다. 지금의 일본축구는 항상 한국이란 장벽에 막혀 꿈을 접어야 했던 그 옛날과는 완전히 다르다. 질이나 양적인 면에서 축구선진국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

이번 역전승의 감격을 남은 5게임을 승리로 연결시키는 고리로 만들고 2002년 월드컵준비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일본전의 승리로 프랑스월드컵 진출이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넘어야할 고개는 많다. 5게임중 3게임이 원정경기란 점이 커다란 부담으로 남아 있다.

남은 경기를 위해 이번 대일본전을 면밀히 분석,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후반 35분까지 일본에 밀렸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쓴 경험을 되살려 어디에서 경기를 하든 국민들이 안심하고 응원할 수 있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는 노력과 투자를 거듭해야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국민들도 오늘의 감격을 영원한 축구사랑으로 이어가야 한다. 반짝 사랑으로는 우리를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일본을 계속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2002년 월드컵 준비만 해도 일본은 전국민의 관심과 열의속에 거의 준비를 마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개최장소조차 선정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한번이라도 더 운동장을 찾는 축구사랑만이 오늘의 감격을 2002년 월드컵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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