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주말 프랑스 파리는 주요 명소마다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시민들은 화창한 날씨에 아침일찍부터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서 엘리제궁, 팔레 부르봉, 팡테옹, 앵발리드 등을 찾았다. 대통령관저인 엘리제궁이나 하원의사당인 팔레 부르봉 같은 곳은 수백m앞까지 길게 장사진을 칠 정도였다. 이같은 이색적인 풍경은 이날 파리뿐 아니라 지방도시 등 프랑스전역에서 똑같이 나타났다.
이날은 「국가유산 순례의 날」이었다. 프랑스의 명소들은 매년 9월 셋째주말 국민들에게 문을 활짝 연다. 문화유적지를 비롯해 박물관 기념관 공공청사 등 역사의 숨결이 담겼거나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고 있는 비공개 현장들이 문턱없이 개방되는 것이다. 평소 유료입장 관광객들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소장품이나 문화재들도 이날만큼은 아낌없이 베일을 벗는다.
또 명소들마다 최고 책임자가 직접 안내에 나서 엘리제궁에서는 이날 자크 시라크 대통령부부가 방문객들에게 궁내 곳곳을 보여주고 설명했으며 팔레 부르봉에서는 로랑 파비우스 국회의장이 의사당내 의원석을 차지한 시민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질문에 자상하게 응했다.
유산 순례의 날은 올해가 14번째였다. 84년 당시 자크 랑 문화부 장관의 아이디어로 처음 실시된 후 해가 갈수록 국민의 성원이 더해 국민적인 축제처럼 되었다. 정부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실시되고 있는 이 행사는 시행 첫해 순례인원이 60만명이었으나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30% 증가해 1,000만명에 달했다. 프랑스국민 5명중 1명이 참여한 것이다. 또 국가유산으로 공개된 명소도 올해 1만1,000곳을 넘었다.
유산 순례의 날에 프랑스 국민들은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국가유산의 소중함과 역사의 교훈을 새삼 되새기며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국민적 일체감을 맛본다.<파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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