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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생체실험/의학계 ‘뜨거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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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생체실험/의학계 ‘뜨거운 논란’

입력
199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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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자 급증속 “무모한 자살행위” 반론무모한 자살행위냐, 불가피한 선택이냐.

국제에이즈전문의협회(IAPAC) 소속 의사들의 에이즈 백신 생체실험 자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IAPAC측이 당국의 허가없이도 실험을 강행할 뜻을 거듭 밝힌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이들의 위험천만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전세계적으로 동참의 물결도 이어져 자원자는 당초 50여명에서 25일 현재 300여명으로 늘었다.

비판자들도 자원자들의 용기와 희생정신에는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희생정신이 과학의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독일의 로버트 코흐연구소 라인하르트 쿠르트 소장은 이 실험을 『자살행위』라고 비판했고, 유엔 에이즈연구기구(UNAID) 배리 블룸 의장도 『시기상조이며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실험은 「살아있는」 에이즈 바이러스(HIV)로 만든 백신을 사람의 몸에 주입하는 것. 하버드의대 로널드 데스로시어스 박사가 개발한 이 백신에는 독성을 약화시킨 HIV가 이용됐으며 원숭이 실험에서 어느정도 효능이 입증된 상태. 그러나 블룸 의장은 『약화시킨 바이러스도 다시 강해져 에이즈를 유발할 수 있음이 원숭이 실험에서도 증명됐다』며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20년의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판자들이 이처럼 실험대상 원숭이중 일부에 실제로 에이즈가 발생한 사실에 주목하는 반면, 자원자들은 백신의 효능이 입증된 실험 결과에 무게를 둔다. 고든 나리 IAPAC 사무총장은 『생체실험에는 분명 위험이 따를 것이며, 우리는 그 위험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이대로 두면 향후 10년이고 20년이고 동물실험만 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강행 의사를 밝힌 IAPAC는 계획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25일 국립보건소 관계자들과 만나 협의했으며 11월 중순께 식품의약국(FDA)에 정식으로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들은 FDA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유럽 등 외국에 가서라도 반드시 생체 실험을 성사시킨다는 각오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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