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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학업중단 서울대생 3인 재입학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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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학업중단 서울대생 3인 재입학 허가

입력
1997.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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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졸업장 받는다/길인수·김윤구·김종온씨 학칙개정… 백발에 꿈 이뤄한국전쟁의 와중에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백발의 서울대 제적생 3명이 26일 서울대측의 재입학 허가를 얻어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모두 60∼70대인 이들은 사회대 경제학과의 길인수(74·미국 거주·47년 입학)씨, 법학과의 김윤구(65·경기 안산시 안산4동·51년 입학)씨, 자연대 지질학과의 김종온(65·서울 동작구 대방동·52년 입학)씨.

최고령인 길씨는 상과대 3학년 여름방학 때 발발한 전쟁으로 모교와의 인연이 끊겼다. 9월이 됐지만 적치하의 학교에 나갈 꿈도 못꾸던 차에 유엔군의 반격이 시작됐다. 길씨는 미8군 통역관으로 자원 입대했다. 53년 4월 휴가를 얻어 당시 부산 서구 대신동의 서울대 천막교사에서 마지막 학기 등록을 했으나 휴가가 일찍 끝나 귀임했다. 휴전뒤엔 생계를 잇느라 학업을 생각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자영업을 하던 길씨는 올 5월 「제적뒤 5년내에 재입학 신청을 해야한다」는 학칙이 「무기한 신청가능」으로 바뀐 것을 전해듣고 재입학을 신청했다. 길씨는 이미 졸업규정 학점보다 많은 158학점을 따 논문만 쓰면 된다.

전쟁중이던 51년 법대에 입학한 김윤구씨는 전쟁이 끝날 무렵인 53년 공군장교로 입대하는 바람에 졸업을 못했다. 66년 소령으로 예편한 뒤 향료제조 중소업체를 설립, 경제적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던 차에 이번에 재입학 신청을 하게 됐다.

마지막 9학점을 신청한 김종온씨는 고향집이 휴전 뒤에도 공비가 출몰했던 경남 산청이라 학업을 끝내지 못했다. 4학년 1학기까지 이수한 김씨는 56년 고향에서 국군과 공비의 전투가 치열해져 최종학기 등록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듬해 3월 군에 입대했고 전역한 뒤 철도청 기술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했다. 현재 건설관련 업체를 경영하는 김씨는 관련분야 공부를 더 할 계획이다.

이들 3명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내년 2월말 거의 반세기만에 그리던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이들을 포함, 재입학이 허가된 사람은 모두 27명으로 학사과정 17명, 석사과정 9명, 박사과정 1명 등이다. 서울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문의 길에 노소가 있을 수 없다는 판단아래 학칙을 개정했다』며 『고령자 등 졸업의 기회를 놓친 많은 분들이 재입학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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