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낮다고 자녀도 못갖나/73년 제정 25년간 인권탄압 의혹/“한국판 우생학적 민족개조” 비판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나치독일의 우생학적 민족개조작업이 자행됐던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정신박약자 등에 대해 강제로 불임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을 여전히 운용, 충격을 주고있다.
정부가 73년 제정한 모자보건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또는 전염성질환의 유전과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의사에게 환자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이 불임수술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또 강제불임수술이 가능한 환자군에 유전성 정신박약, 유전성 운동신경성질환, 유전성 간질증, 혈우병, 현저한 범죄경향이 있는 정신장애에다 간염과 에이즈환자까지 포함시켜 정부가 이들 질환자의 불임수술을 위해 대한가족계획협회 등에 경비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 환자가 임신했을 경우 본인이나 보호자, 부양의무자의 동의를 얻어 임신 7개월(28주)이내에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부가 우생학적 민족개조와 사회복지비용의 절감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인권을 유린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현행법상 강제불임수술의 경우 모자보건심의회(위원장 보건복지부차관)가 심의토록 돼 있으나 심의건수가 한 건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법제정 취지로 볼 때 신빙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여성단체들은 『정부가 강제불임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구태여 이같은 법을 운용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부정하는 이 법을 즉각 폐지하고 정확한 실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박옥순 간사는 『정신지체인이라고 해서 정신지체아를 낳을 확률이 정상인보다 높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국가가 개입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정부의 실상공개를 촉구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회 전 공동대표 배기영(동교신경정신과원장)씨는 『지능이 낮다고 해서 자녀를 출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에 어긋난 비인도주의적 발상』이라며 『선진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법이 운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생학적 민족개조론은 소위 「인류진보를 위해 열등한 인간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으로 20세기초 나치독일에 의해 자행됐으며 스웨덴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이같은 이론에 입각, 강제불임수술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사과와 함께 보상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김상우 기자>김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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