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내에서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모든 구성원들이 내년부터 야당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것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 50년 정치사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한번도 없었기에,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가 이루진다면 우리 정치의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면에서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여당 스스로 야당이 되려는 일사불란한 노력의 결과로 이루어진다면 국외자가 보기에도 너무도 기이한 현상이 될 것이다.신한국당의 야당이 되겠다는 노력은 몇가지 점에서 볼 수 있다. 역대 여당이 해보지 않은 「자유경선을 통한 대선후보 결정」이라는 최대 장점을 신한국당은 당의 지지세력확대와 대선승리의 계기로 삼지 못하고 오히려 당 분열의 계기로 만들었다. 이에대한 책임은 14번의 경선승복 선서를 하고서도 이를 어긴채 탈당, 대선후보로 나선 사람이나 경선패배후에 승복하지 않고 야당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대선후보를 선거운동 시작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갈아치워야 한다면서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
필자는 30년간 정치학을 공부해왔고 정당정치를 전공의 한 분야로 삼고 있지만 전당대회에서 뽑은 대통령후보를 선거운동 시작전에 여론조사에서 인기가 낮다는 이유로 바꾸었다는 예를 들어본 경우가 없다. 선거운동을 해보지 않고 인기도 때문에 후보를 갈아야 한다면, 선거운동기간은 왜 있고 후보는 왜 선거일 5개월 전에 뽑았는지 모르겠다. 선거 전날까지 기다리다가 제일 인기가 높은 사람을 후보로 지명하면 그대로 당선할 것을. 후보의 인기가 낮다면 그 정당에 소속한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힘을 합쳐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선거승리를 위해 단합해야지, 어째서 그런 일은 전혀 않고 후보만 바꾸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후보에 대한 지지상승이나 선거승리는 정당에 소속한 모든 사람들이 총체적인 노력을 할때에나 가능하다. 정당 소속원들이 당내파벌을 중심으로 당권싸움이나 하고 감정에 근거한 개인적 대립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그런 정당의 후보를 지지할리 없고 선거때 표를 줄리도 없다.
신한국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이런 식의 당내대립으로 선거준비기간의 2개월을 허송하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다음의 몇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역대 여당은 모든 권한을 장악한 당총재가 후계자 지명을 포함한 권력행사를 독점했기 때문에 정당 소속원들은 당내민주주의를 연습해 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제 사회 전 분야가 민주화, 자유화, 다원화하는 상황에서 신한국당은 자유경선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경선을 실시했다. 또 민주주의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선출마자들과 추종세력들은 선서가 지닌 정치적·윤리적 의미도 모른채 자신에게 불리하면 언제든지 파기하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했다. 이는 우리 정치의 민주화를 50년동안 저해해온 구시대 정치인들의 행태를 거듭하는 것으로 민주주의의 원리가 자유경쟁과 패자의 승복 및 협조라는 기본 상식도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다.
신한국당 소속의 또다른 사람들은 당헌에 의거한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총체적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도 개인적 이익이나 소속 파벌의 이익에 불리하면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념을 가질 정도로 민주주의의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무지한 아집은 당헌을 무시하는 것이고 모든 당원이 내린 결정도 몇몇 사람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제 민주정당이 아니라 과거와 같이 몇몇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권위주의 정당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신한국당의 자유경선실패는 앞으로 많은 정당들이 경선 후유증을 염려하여 자유경선 자체를 실시하지 않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신한국당의 난투전은 신한국당 구성원들의 상당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규칙도 모르는 사람들이며 신한국당은 당내에서조차 민주정치를 할 수 없는 정당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국민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드는 신한국당의 이러한 지속적 노력은 12월 대선에서 패배하여 야당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야당이 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이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면 신한국당의 구성원들은 대선에서 이기는 길이 무엇인가를 지금이라도 깊이 생각하고 일사불란한 선거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신한국당이 야당이 된다면 그것은 야당이 잘나서거나 노력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야당이 되기위해 노력한 결과일 것임을 신한국당의 모든 구성원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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