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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증권계의 위기/김철훈(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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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증권계의 위기/김철훈(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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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권계는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26일자 요미우리(독매)신문의 사설제목이다. 이같은 지적은 현재 일본 증권계에서 매일처럼 드러나고 있는 「불법거래 사태」를 지켜보면 과장이 아니다. 도쿄(동경)지검 특수부는 25일 닛코(일흥)증권이 총회꾼에게 불법적으로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미 조사를 받고 있는 노무라(야촌), 다이와(대화), 야마이치(산일)증권에 이어 닛코증권도 추가 적발됨으로써 일본 4대 증권사가 모두 불법거래와 관련돼 왔다는 것이 증명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같은 거대 증권사들이 단 한명의 「총회꾼」에게 맥을 못추고 당했다는 사실이다. 총회꾼의 수법은 이렇다. 우선 각 증권사의 주식을 30만주씩 구입했다. 구입대금은 다이이치간교(제일권업)은행으로부터 역시 불법적으로 대출받았다. 그뒤 각 증권사에 주주로서 「질문서」를 보내면 웬일인지 증권사측에서 설설기며 현행법상 금지된 증권사 일임거래와 손실보전 등을 통해 총회꾼에게 특별대우를 해줬던 것이다. 4대 증권사가 제공한 자금은 지금까지 24억엔에 이른다. 비슷한 사건이 91년에도 있었다. 그때도 난리였다. 결국 폭력배와 총회꾼에게 약한 일본 증권계의 어두운 일면이 이번에 다시한번 드러난 것이다. 일련의 사건의 여파로 증권계는 「초토화」됐다. 각사의 최고 경영자가 모두 물러났으며 관련간부가 모두 구속됐다. 회사차원에서의 경영악화는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본의 신용을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공정하고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추구하는 「일본판 빅뱅」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드러난 불상사여서 정부도 당황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번 기회에 관행처럼 계속돼온 「어두운 거래」를 추방, 「빅뱅」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판 빅뱅」이 발표되자 서두르듯 「한국판 빅뱅」을 발표했던 우리의 실태는 또 어떤지 자연스레 이어지는 생각이다.<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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