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정치면보다 체육면을 먼저 펼친다. 박찬호의 14승은 긴 가뭄에 단 비 오듯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TV에는 대통령 후보의 토론과 박찬호의 경기중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두시청률은 반대 곡선을 그리고 있다.LA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실패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야할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야구담당 기자는 이제 어떤 기사를 써야할 지 모르겠다며 아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게다가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전의 대일전을 코 앞에 두고 돌격 명령을 기다리는 듯 전 국민이 사뭇 비장한 분위기다. 지난 20일 남자농구가 28년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한 것도 스포츠 열기에 한 몫 했다.
지금 우리 시대의 의제와 화두가 스포츠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식자층의 우려도 들린다. 정치와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권력 공백을 틈탄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꼬리를 무는 이 총체적 어려움의 시기에, 그리고 팽팽 돌아가는 세계정세에 대응할 비전도 세우지 못한 채 한가롭게 야구 축구 경기나 보면서 일희일비하고 힘을 소진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맞는 얘기다. 일전에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울하고 답답했다. 박찬호 이야기에 신이 나다가도 무언가 공백감이 가슴을 허전하게 했다. 이 때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해 본 분석이라며 「스포츠가 정치보다 좋은 7가지 이유」를 말했다.
7가지 이유인즉 ①스포츠는 팀웍이다. 잘 난 한 명 갖고는 이길 수 없다. ②선수와 관중이 한 마음이다. ③한 번 지면 끝이다(때로 연장전도 있지만). 승자나 패자나 결과에 승복할 줄 안다. ④아름다운 패배도 있다. ⑤감독의 말에 무조건 따른다. 하극상은 없다. ⑥심판이 있다. 반칙하면 페널티킥이나 자유투, 퇴장 등 벌을 받는다. ⑦선수가 늙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은퇴할 때를 안다.
우리 모두는 이 친구의 기발한 비유에 『맞다. 맞어』를 연발했다. 그때 다른 한 친구가 한 가지 이유를 더 보탰다. 『스포츠는 항상 재미있다』고.<특집기획국 편집위원>특집기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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