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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로만 가는 기아사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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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결로만 가는 기아사태(사설)

입력
1997.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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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긍정적인 방향과는 먼 파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채권금융단은 어제 기아에 대해 법정관리를 할 것인지 김선홍 회장의 퇴진을 전제로한 화의를 할 것인지 양자택일의 결론을 내렸다. 기아에 대해 사실상 법정관리라는 최후의 통첩을 한셈이다. 이에대해 기아노조는 29일 전면 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기아사태가 법정관리로 결론이 나면 기아협력업체 등 부도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고 금융시장은 또다시 엄청난 파랑을 맞을 것이다. 노조의 파업까지 겹친다면 휘청거리는 경제는 어찌될 것인지 참으로 암담하다. 무엇때문에 그토록 기아문제로 많은 희생을 치렀는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 정부나 기아, 채권금융기관 등 문제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태도나 접근방법은 국민경제의 회생이라는 대의는 접어둔 채 감정싸움에만 몰두해 왔다. 그러는 사이 우리 경제는 기아사태에 발목이 잡힌 채 요동을 쳐 왔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신인도가 땅에 떨어져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국내에서는 환율이 계속 치솟고, 증시는 빈사상태를 면치 못하고, 자금시장은 부도공포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당국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언급만 남발해 왔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금융기관 안정대책을 통해 모든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지급보증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썼었다.

그런 정부가 엊그제는 『한국경제는 위기가 아니다』며 강경식 부총리까지 직접 해외홍보활동에 나서더니 이제는 위기의 근원인 기아문제에 대해 사실상 「기아가 망하든 살든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안을 내놓고 말았다. 특히 강부총리는 『기아는 물론 하청업체에도 지원이 없다』는 등 강경발언을 쏟고 있다. 아무리 원칙론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정책총수로서 해야 될 말과 아껴야 할 말을 구분해야 한다. 그의 발언에서 기아문제에 접근하는 부총리의 태도가 국민경제를 다루는 총괄책임자로서 이성보다는 감정에 경도돼 있다는 우려를 확인할 뿐이다.

기아에 대해 마지막 고언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당초 기아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아에 보내졌던 이해와 동정의 분위기는 찾기 힘들어졌다.

왜 그런가는 새삼 재론의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기아의 태도는 기아를 살리자는 것인지 김선홍 회장을 살리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백보를 양보해도 기아가 국민경제를 담보로 대정부투쟁을 벌이는 듯한 자세는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여론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기아가 회생의 의지가 있다면 채권단의 요구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아문제가 더 이상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게임일 수는 없다. 먼저 김선홍 회장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도 시간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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