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부터 20만명 무료진료/지난 4월 재개발로 문닫아/“살려내자” 곳곳서 온정밀물/영등포 3층 건물 오늘 개원「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위한 안식처가 다시 문을 연다.
「천사의 병원」으로 소문난 요셉의원(원장 선우경식·52)이 재개발로 보금자리를 잃은 뒤 각계의 따뜻한 손길로 2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423의 57에 아담한 3층 건물을 마련, 개원식을 갖는다.
87년 서울 관악구 신림시장내 낡은 빌딩 2층에 세든 뒤 지금까지 행려병자 등 20여만명을 무료진료해온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이사장 김수환 추기경)부설 요셉의원은 지난 4월 재개발사업이 확정되면서 길바닥으로 내몰렸다. 선우원장을 비롯, 자원봉사자 의사 60명과 간호사 약사 진료보조원 등 4백여명은 건물주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만을 손에 쥔채 간판을 내리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해온 고귀한 뜻은 외면당하지 않았다. 평소 이들의 활동을 마음으로 격려해왔던 숱한 이들이 적극적인 후원자로 나선 것이다.
김추기경 등 가톨릭 교직자와 신자, 선우원장의 서울고동창, 공식후원회원 등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보태기 시작했다. 경북 영주시의 한 후원자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채 1만원짜리 후원회계좌를 50개나 들었고 모그룹 산하 복지재단에서도 적잖은 돈을 보탰다.
영등포 롯데백화점인근 윤락가의 건물을 사들인 뒤 병원시설로 개조하는데 많은 돈이 필요했으나 독지가들이 창틀값을 대고 커튼을 달아주었으며 시공업체는 원가로 공사를 해줬다.
새 요셉의원은 여느 병원과는 달리 1층에 빈민환자를 상담하는 사무실을 설치했으며 2, 3층에 16개 과목 진료실과 약국 등을 갖췄다. 스태프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여서 진료는 하오 1시 이후에 시작된다. 요셉의원은 27일 하오 3시 김추기경의 집전으로 개원미사를 가질 예정이다.
선우원장은 가톨릭의대를 졸업,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뒤 강남성심병원 등에서 일하다 87년부터 가난한 이들의 이웃이 됐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부친도 선우원장의 뜻을 갸륵히 여겨 미혼인 아들을 위해 평소 모아뒀던 상당액의 결혼자금을 이번 새 건물을 마련하는데 보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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