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회교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지 27일로 1년이 된다. 100만명이 거주하는 카불시는 어떻게 변했을까. 『탈레반이 줄 수 있는 것은 수염과 터번, 칼라시니코프(AK소총)뿐』이라는 지적처럼 카불시는 1,000년전 회교 전통사회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음산하다.탈레반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32개 주중 반군이 장악한 북부지역을 제외한 22개 주에서 엄격한 회교율법을 집행하고 있다. 여성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콰스(일종의 차도르)를 입어야 한다. 남자에게 말을 걸면 처벌받는다. 학교를 다닐 수도,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다. 시장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외출도 엄격히 금지된다. 일례로 올초 카불시내에서 어린이 8,000명을 돕는 유엔단체 「기아를 반대하는 행동본부」소속 프랑스인 2명이 추방됐다. 운동장에서 이 단체의 활동을 돕는 60여명의 아프간 여성들과 함께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여자뿐이 아니다. 남자들도 텁수룩하게 수염을 길러 다듬어야 하고, 서구식 음악을 듣거나 카드놀이를 하면 태형감이다.
군인들과 「회교 덕을 수호하고 악을 퇴치하는」종교경찰이 시내를 순찰한다. 남자들이 수염을 제대로 다듬었는지 체크하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쳐다보는 여자를 체포, 감옥에 보낸다. 심한 경우 1,500달러를 줘야 풀려날 수 있다.
탈레반측은 주민의 불만이 커지자 『반군만 몰아내면 여성의 권리를 회복시켜주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탈레반의 보건장관 압바스는 『반군과 평화협정을 맺어 모든 아프간인들이 참여하는 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결정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한다. 과연 이들이 인샬라(알라신의 뜻)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이 제대로 통치되고 있는지는 역시 알라신만이 알고 있을 성싶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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