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 미사일 개발 보도가 자주 보여 걱정일세.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다는 대포동 1, 2호 개발이나, 한반도 전역에 일본까지 사거리 안에 넣는 노동1호가 실전배치됐다는 보도가 모두 섬뜩하지 않나.―그 보도들이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운동의 시발을 알린 북한 중앙통신보도와 시기적으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은가. 보도의 배경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북한과 중동 한국 미국 일본이 얽힌 국제 미사일 미스터리를 푸는 단서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
―북한 미사일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자체개발을 시작한 것은 70년대 후반부터로 알려져 있어요.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들여다 분해한 후 역설계공법으로 조립해 첫 시제품을 낸 것이 84년이고, 이를 개량한 것이 사정 300∼340㎞의 스커드B와 500㎞짜리 스커드C인데, 현재 1년에 100개 이상의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는군. 이 스커드B, C는 남한을 겨냥해 만든 것이지만,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주변 중동국가가 쓰기에 가격이나 유효사거리가 적당해 추계로는 이제까지 400개쯤 수출한 것으로 돼 있어요. 그 외화수입이 연간 약 5억달러로 북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정도라고 하니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걸세.
―미국과 북한간에 계속되고 있는 미사일협상은 북한의 바로 그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막자는 회담 아닌가.
―요즘의 미사일보도가 재미있는 것이 바로 그 점일세. 사거리 1,500㎞의 대포동1호와 4,500㎞의 대포동2호 개발 보도가 이 회담의 미측 대표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부차관보의 입을 통해 나왔지 않은가.
―그 미사일정보는 전에도 몇번 들어 본 얘기 같은데.
―오히려 그 뒤의 발언이 주목할만 하지 않나. 『북한이 미사일협상에 성의를 보일 경우 경제제재의 일부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내용을 보게. 뒤집어 말하자면 「관계개선을 위해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싶어도 지금대로는 국내 여론 때문에 곤란하니 북한도 눈에 보이는 선물을 준비해 주면 좋겠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은가. 북한이 응할 경우 미국은 연간 5억달러 이상의 외화수입이 가능한 경제거래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니겠나. 그건 아마도 북·미관계의 실질적 정상화에 해당하는 조치가 될지도 모르지.
―노동1호의 실전배치를 전한 일본 NHK방송 보도는 또 뭘까. 미 군사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해 보니 평양근처 이동식 발사장치에 장착돼 있는 노동1호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건데.
―다른 보도를 보면 발사에 필요한 액체연료 주입 움직임이 없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에요. 노동1호는 93년 동해에 한차례 시험발사한 후 현재 10기 정도가 평양 주변과 동해안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의 군사전문지 제인스디펜스위클리는 사거리 평균데이터가 없고, 탄착지점이 목표로부터 반경 3∼4㎞까지 분산돼 명중도가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그럼 이런 보도들이 김정일 총비서 추대를 앞두고 집중되는 배경은 뭘까.
―김정일 취임행사를 모양 좋게 하자면 북한주민에게 살림이 나아질 희망을 갖게 해 줘야 하고, 그러자면 미국과의 수교가 지름길 아니겠나. 하지만 전면적인 수교는 아직 내부 갈등의 소지가 있지 않은가. 수교에 준하는 수준으로 가되 미국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확보하는 길은 없을까. 북한은 지금 그 방법을 온갖 지혜를 짜내 궁리하고 있는지 모르지.
―그 접점에 미사일협상이 있다는 얘기 같군.
―바로 그걸세. 북한은 성능에 자신이 없는 노동1호 개발을 중단하는 선에서 미사일 현상동결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에 손해 없는 양보를 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모른척 받아들인 뒤 경제제재 일부를 풀어 김정일을 밖으로 끌어내자는 데서 얼추 이해가 맞아떨어질만 하지 않을까.
―글쎄 수수께끼 풀이로는 그럴듯도 한데 과연 그럴까. 실제로 어떤 꼴이 될지 풀려나가는 모양이 볼만 하겠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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