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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악화의 본질/이백만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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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악화의 본질/이백만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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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가 수렁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기아사태가 왜 지경이 되고 말았는가. 이런 저런 원인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당국, 채권금융기관, 기아그룹 등 이해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차이와 잘못된 경제논리 때문에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게 아닌가 생각된다.첫째는 정부당국의 나이브한 시장론이다. 자유시장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강경식 경제부총리는 기아사태가 터지자 정부불개입론을 피력하며 기아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미국식 시장원리가 작동될 만한 시장이 한국에 있느냐이다. 미국의 경우 미국 최대의 기업이 쓰러진다 해도 이를 거뜬히 소화해낼 수 있는 시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만약 한국 최대의 기업이 쓰러진다면 시장이 이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소화는 커녕 시장 자체가 망가져 병이 나고 말 것이다. 한국 시장의 소화력은 중견그룹 2∼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부총리는 이제야 「선의의 개입」에 착수했으나 실기하고 말았다. 치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너무 많이 치르고 있다.

다음은 기아그룹 노사의 착각이다. 기아측은 냉혹하기 짝이 없는 「돈의 생리」를 간과한 것 같다. 『부모를 죽인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자기 재산을 빼앗은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서양속담은 「돈의 생리」를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수조원의 돈을 떼이게 된 금융기관에게 선처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국민기업론도 마찬가지다. 기아그룹 노사는 기아가 국민기업임을 자처하며 국민여론에 기대는 눈치다. 그러나 기아가 왜 국민기업인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다. 단순히 오너(특정대주주)가 없는 그룹이라하여 국민기업일 수는 없다. 우량한 소유분산구조는 국민기업의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기아사태는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지간에 향후의 국가경제운용과 기업경영에 값비싼 교훈이 될 것 같다. 정부당국과 금융기관은 기아사태의 「기보」를 면밀히 분석, 다시는 이같은 패착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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