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의 아태담당차관보면 우리 외무부 아주국장 또는 상대역으로 따지면 미주국장에 해당한다. 국무장관 아래 부장관, 그 밑에 차관 5명이 있고, 다시 그 밑에 6개 지역국과 11개 역할국으로 나눠져 각각 차관보가 관장하고 있다. 다른 점은 미국차관보는 의회인준을 받는다는 점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미국에 오더라도 아태담당 차관보까지만 면담을 허락하는 것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한다. 한미간의 전통적 유대관계나 후보들 중 한 사람이 국가원수가 될 것임을 감안한다면 차관보급으로 못박은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생각을 돌이켜 보면 이같은 가이드라인설이 유포되고 있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무척 창피스럽기도 하다. 우리 정계나 정치 지도자들간에 만연해 온 사대주의적 발상이나 행태가 이런 부끄러움을 자초한 요인은 없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여지도 없지 않을 것이다. ◆주한 미 대사관측은 아직 공식 가이드라인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만일 있다면 그것은 미국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철저히 불편부당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만든게 사실이라면 차라리 취소하는 게 어떨까 싶다. 미 국무부의 뜻이 가이드라인 공개로 말미암아 잘못 왜곡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후보들도 이런 마당에 미국의 후광을 업기 위해 백악관 방문 등 미국행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삼가줬으면 한다. 이런 가이드라인 소동이란 한미 양국관계나 우리 선거전에 덕될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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