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요청 천여사중 25개사 참여/구직희망 학생들 “풀죽은 귀가”25일 상오 11시30분 서울 북부지역 13개 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채용마당」행사가 열린 성북구 정릉동 국민대체육관은 취업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이날 하루동안 행사장을 찾아온 5천여명은 대부분 실망스런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참가업체 가운데 대기업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나마 채용대상의 절반이상이 영업직이었기 때문이었다.
H사 등 5개 업체 마케팅·영업직에 원서를 낸 국민대 김모(25·행정4)씨는 성적표, 이력서, 4페이지에 달하는 항목별 자기소개서, 「패기와 매너, 의지가 탁월하다는 사실을 보증한다」는 「보증서」에 교수·학생 1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첨부했다. 김씨는 『마케팅이나 홍보파트 일을 원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영업직도 괜찮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동덕여대 영문학과 졸업반인 한 학생은 『면접으로 즉석 채용한다는 말을 듣고 미용실까지 다녀왔는데 그런 업체가 없어 아쉽다』며 발길을 돌렸다.
국민대 졸업준비위원회(위원장 정강석·27·무역4)는 행사 성사를 위해 3개월동안 동분서주했다. 20여일동안 서울지역 상위 1천개 기업 인사담당자와 접촉, 참가를 권했고 1백여개 업체는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 또 2백대 기업에는 총장 명의의 공문도 발송했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해 겨우 25개 업체만 참가했다. 그것도 부스 설치비용과 장소사용료 등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는 다른 채용박람회와 달리 주최측이 일체를 부담하는 굴욕적인 조건이었다. 영업직 모집업체를 배제키로 한 당초 계획도 포기, 절반이상이 영업직을 뽑는 기업으로 채워졌다.
대기업이라고는 영업직만 뽑는 자동차회사 2곳, 국민대 재단기업인 쌍용그룹이 원서교부만 하는 조건으로 참가했다.
정위원장은 『취업난과 기업들의 편견, 비명문대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낀 만큼 행사의 질을 따지기에 앞서 취업박람회를 성사시켰다는 점에 보람을 찾고싶다』며 『참가 예상인원 1만여명 중 5%라도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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