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기아사태에서 정반대 위치에 서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두사람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집의 소유자란 사실이다.취임이후 강부총리가 보여준 「시장원리」에 대한 집념은 차라리 신앙에 가깝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무수한 기업이 쓰러져도 오로지 『그것은 시장이 풀어야 할일』이라고만 말했고 상황이 악화할수록 「정부 불개입」발언강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기아침몰이 초읽기에 들어간 24일에도 그는 『부도가 나도 지원할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회장의 고집 역시 대단했다. 『추가자금도 주고 기아자동차도 살려줄테니 사표 한장만 쓰라』는 정부 채권단의 요구를 2개월째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대규모 인사단행과 잦은 해외출장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기아그룹 해체와 협력업체 도산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도 태도엔 변화가 없다.
정부(채권단)와 기아는 마치 일수불퇴의 전쟁을 하는 느낌이다. 부도유예협약 종료후 그룹과 김회장의 안전에 위협을 느낀 기아는 전격적 화의신청으로 맞받아쳤고 허를 찔린 정부는 다시 「법정관리」란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사표를 안내면 회사와 협력업체들이 죽는다』는 엄포와 『이 큰 회사와 수많은 협력업체들을 과연 죽일수 있겠는가』란 배짱이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한 채권단인사는 『감정이 섞이지 않고서는 도저히 있을수 없는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지금 부도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저울질하는 협약적용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 있다. 2개월여동안 고집대결로 시간만 허비한 셈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와 기아는 지금 아주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마주달리는 기관차를 연상케하는 이 고집싸움의 한가운데에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포함한 국민경제 전체가 볼모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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