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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스 박스’ 팡파르… ‘반생연’ 피날레/부산 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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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스 박스’ 팡파르… ‘반생연’ 피날레/부산 국제영화제

입력
1997.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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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부산국제영화제(10월10∼18일)가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화계와 팬들의 기대 속에 준비되고 있는 이번 영화제는 세계적인 감독,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어느 유명 국제영화제 못지않게 화려한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자에 이어 두번째 특집을 마련한다. 개·폐막작품과 주목해야 할 영화들, 상영일정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개·폐막 작품/홍콩차이나 영화의 미래 투시경

개·폐막 상영작은 영화제의 성격을 대변한다. 주최측이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부산 수영만 야외상영관에서 선보이게 될 올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작은 「차이니스 박스」(감독 웨인왕)와 「반생연(Eighteen Springs)」(감독 안 후이)이다. 모두 홍콩차이나에 뿌리를 둔 감독의 작품이다. 홍콩의 중국반환이라는 역사적 순간과 그로 인한 홍콩차이나 영화의 미래를 음미해보자는 의도이다.

「차이니스…」(10일 하오 7시)는 홍콩의 본토반환을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이다. 러브 스토리의 형식과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하는 사람의 갈등과 방황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중국의 여배우 공리, 홍콩차이나의 장만옥, 영국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했다. 「결혼피로연」 등을 만들었던 웨인왕 감독의 색깔 선명한 화면이 분위기를 이끈다.

영국인 저널리스트로 홍콩에서 20여년간 살아온 존(제레미 아이언스)은 술집 호스티스인 비비안(공리)을 짝사랑한다. 브로커로서 큰 성공을 한 비비안의 애인인 창은 친구인 존에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 비비안을 멀리 데리고 가라는 부탁을 한다. 존과 비비안은 비밀스러운 사랑에 빠지고 영원히 사라질 것 같은 홍콩을 떠나기로 한다.

만주에서 태어나 홍콩뉴웨이브를 이끄는 여성영화인으로 성장한 안후이 감독의 「반생연」은 전달되지 않은 편지와 엇갈린 만남을 소재로 한 품격 높은 멜로드라마. 중국어권의 인기작가인 장애령의 동명소설을 영상화했다. 홍콩차이나의 스타 연기자인 오천련 여명 매염방 등이 열연했다.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을 아름답고도 애절하게 이야기한다. 이별과 재회 등 가슴떨리는 사랑을 아름다운 상하이의 가을풍경 속에 담았다.<권오현 기자>

◎화제의 작품/칸·베니스 그랑프리 등 우수작 풍성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작 메뉴는 대체로 짭잘하다는 평가이다. 영화팬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화제의 작품이 많다. 해외 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얻었거나,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영화들이다.

우선 심사위원장으로 참가하는 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를 빼놓을 수 없다. 카아로스타미 감독이 어린이를 바라보던 시선을 성인의 세계로 돌린 작품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공동수상했다. 자살을 결심한 중년의 남자가 이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을 그렸다.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비롯된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담았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는 어둡고 우울한 색조로 현대인의 소외와 삶에 대한 광적 의지를 표현했다. 동료의 부상과 은퇴, 아내의 시한부 인생 등으로 괴로워하는 강력계 형사가 결국 은행털이를 계획한다는 이야기이다. 희극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기타노 감독은 이 영화에도 주인공 역으로 직접 출연, 그답지 않은 과묵한 형사의 모습을 열연했다.

미국 로버트 앨트먼 감독의 「캔사스시티」는 재즈의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미스터리물. 제니퍼 제이슨 리가 주연했다. 경찰관의 아내가 한 전화교환수에게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앨트먼 감독은 인물들의 독백을 재즈의 반복절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연출, 작품 전체를 한편의 재즈곡처럼 꾸몄다.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멕시코 아르투로 립스타인 감독의 「짙은 선홍색」은 영화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 1949년 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외로움, 강박관념, 탐욕, 살인음모 등 여러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각본, 촬영, 음악상 수상.<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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