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괌 지사의 프로정신/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괌 지사의 프로정신/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9.25 00:00
0 0

어제 아침 신문에 유독 눈길을 끄는 전면광고가 실렸다.「큰 슬픔을 치유하는 작은 위안이나마 되었으면…」 칼 구티에레즈 괌지사 명의로 된 광고이다. 그는 지난번 대한항공801편 추락사고때 맨먼저 현장에 뛰쳐가 구조작업을 진두지휘,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상처받은 한국민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내용의 이 광고는 그 문안이 대단히 진솔한 느낌을 주도록 고심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읽다보면 사고초기 괌당국의 미숙한 사고처리조차 정말 「두 나라의 생활과 문화차이로 생긴 오해」로 수긍할 정도이다. 주요 일간지의 한면을 다 쓴 만큼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쿠티에레즈 지사가 이처럼 파격적인 광고를 낸 이유는 짐작키 어렵지 않다. 사고이후 관광객이 격감, 경제적 손실이 큰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 그의 이번 방한목적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괌의 관광자원과 안전성을 구구하게 설명하는 대신 희생자 추모와 유자녀 후원사업 등을 하겠다는 「우회전술」을 썼다. 이 광고는 그래서 특정상품의 판매를 직접 겨냥하지 않는 기업의 이미지광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것은 주민이익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일을 마다치않는 자치단체장으로서 그의 철저한 자세이다.

이번 방한중 사고원인이 괌공항의 시설이나 관제사의 문제가 아닌 조종사의 실수였다고 단정, 국내관계자들의 반발을 샀던 일도 따지고보면 같은 맥락이다. 최근 검찰의 관급공사 비리수사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여럿이 걸려들었다. 설계·감리업자들을 대충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건 우리와 괌의 문화적 차이가 아니다.

괌의 인구는 고작 15만여명. 서울시로 치자면 큰 동네하나 규모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나 이 작은 자치단체장의 자질과 자세는 우리보다 한참을 앞서있다. 자질이 못미친다면 좀 배우려는 성의라도 보일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