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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단절 의지 재확인/한보 항소심선고 의미·형량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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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 단절 의지 재확인/한보 항소심선고 의미·형량분석

입력
1997.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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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덕한 기업인 엄벌 고령·중병 고려될 수 없어”/포괄적 뇌물죄 인정 정치인 금품수수관행 단죄/이철수 피고인은 효산비리 병합으로 형량 높아져한보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10명 모두에게 유죄가 선고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가 다시 확인됐다.

정태수 권노갑 피고인은 1심형량이 그대로 유지됐고 다른 피고인들은 징역 1년씩이 경감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돼 풀려났다. 피고인들의 혐의는 전부 인정하되 형량은 수뢰액수와 반성의 정도,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다소 줄여줘 검찰과 변호인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으로 보인다.

한보사건은 이로써 당초 기소된 피고인 11명중 5명이 집행유예로 석방되고 6명은 실형이 선고되는 선에서 사실심이 마무리됐다. 유무죄만을 가리는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으나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희박해 형량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먼저 한보그룹 총회장인 정피고인에게 사실상 종신형과 다름없는 징역 15년을 선고, 한보사건의 장본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었다. 정피고인은 상고심에서 무죄가 나지 않는 이상 89세까지 복역해야 한다. 재판부는 『국가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정피고인에게 74세의 고령으로 중병을 앓고 있으며 한보철강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은 고려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피고인이 사기와 횡령의 고의범의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회사 돈을 갚을 의사없이 사용하고 회사가 자금압박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으로 발행한 것은 각각 횡령과 사기』라며 부도덕한 기업인에 대한 엄벌의지를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국민회의 의원 권피고인에게 징역 5년이란 중형선고를 통해 뇌물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정치인으로서는 권피고인에게 처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관행을 단죄할 길을 열어놓았다. 이는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구체적인 대가관계가 없어도 뇌물죄가 인정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정치권에 전한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이 「떡값」이나 「활동비」명목으로 건네는 음성적인 돈거래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게 됐다.

이밖에 한보사건의 「몸체」로 지목된 홍인길 피고인은 1심과 달리 5회의 금품수수행위중 4차례를 포괄적으로 인정, 원심보다 1년이 준 징역 6년에 추징금 10억원이 선고됐다. 신한국당 의원인 황병태 정재철 피고인, 전 내무장관 김우석 피고인 등은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됐으나 고령과 건강상태를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들은 항소심 공판 내내 병원생활을 해왔다.

정보근 피고인은 「독자적인 의사없이 범죄를 주도한 아버지의 행위를 좇은」정상이 참작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돼 이날 풀려났다. 원심은 정피고인이 「아버지와 공동정범」이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은 1심에서 풀려난 한보그룹 전 재정본부장 김종국 피고인처럼 「머슴」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3명의 전직 시중은행장들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엄벌이 마땅하다』며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전 제일은행장 이철수 피고인은 효산비리사건이 병합돼 원심보다 형량이 높아졌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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