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주액 1조… 뇌물에만 익숙 기술역조 심각우리나라의 설계·감리용역 시장은 90년대들어 초고속 성장을 계속했다. 신도시와 지하철, 경부고속철도, 서해안고속도로 등 대형 건설사업이 이어졌고 지방자치단체들의 택지개발과 공단조성사업도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총수주액은 1조3천3백84억원으로 90년의 4천4백18억원에 비해 3배이상 늘었다. 90년말 1백39개에 불과했던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도 지난해말에는 4백91개로 늘었으며 올들어서도 96개 업체가 새로 뛰어들었다.
이처럼 불황을 모르는 설계·용역시장이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각하다. 설계·감리용역 발주액의 절반이상을 30개 대형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26개 업체들은 모두 수주랭킹 30위안에 드는 업체들이다.
이들 대형업체들은 사업수행능력평가(PQ, Prequalification)와 기술제안서심사(TP, Technical Proposal)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는 5억원이상의 설계·감리용역을 수주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당꼬」(담합)해 낙찰자를 선정하고 발주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관행으로 돼 왔다.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사업분야는 모두 2천4백33가지. 도로 상하수도 항만 철도 공항 수자원개발 도시계획 등 대형 건설사업에서 조경 건축기계설비 토목품질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건설사업의 설계 및 감리를 담당한다. 이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분야는 도로 및 공항의 설계·감리분야로 작년에 3천9백79억원어치가 발주됐다.
국내 설계·감리용역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기술경쟁력은 국제수준에 크게 못미처 기술역조가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건설엔지니어링 업체의 해외수주 실적은 19건에 2천만달러에 불과한 반면 해외 건설엔지니어링 업체가 국내의 설계·감리용역을 수주한 실적은 35건에 1억2천4백만달러로 무려 6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설계·감리시장을 선도해야할 대형 건설엔지니어링 업체들이 담합과 뇌물관행에 익숙해 기술개발에 소홀한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박정태 기자>박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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