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주인공 청소년소설 원고지 1,200장 장편 집필중/“완전인간형으로 느껴지는 세종 참모습을 잘그리면 교훈은 절로”작가 이문구(56)씨가 세종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청소년용 소설을 쓰고 있다. 『원고지 1,200장 정도의 장편이 될 겁니다. 청소년용이라고 어른용과 크게 다를 건 없지요. 대화나 표현은 가급적 당시 분위기를 살리되 청소년이 읽기 쉽게 할 생각입니다. 모든 업적을 쓸어담으려다가는 이도저도 안될 것 같아서 재위 10년 무렵의 북방영토 개척에서 시작해 훈민정음 창제같은 두드러진 부분을 부각하는 식으로 하려 합니다. 사실에 충실하되 전기가 아닌 만큼 상상력을 최대한 활용해야지요』
고 박종화나 이상우 일간스포츠 사장이 쓴 기왕의 세종대왕이 있지만 청소년을 주독자층으로 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올 봄 창작과비평사의 집필제의를 받았을 때 『복잡하다는 내 문장으로 청소년소설이 될까, 동화나 청소년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내 능력으로 될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며 『그러나 내가 평생 먹고 사는 게 한글 만든 세종대왕 덕분인데 보답으로라도 한번 해보자는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집필을 위해 여름 한철 무더위를 실록과 논문자료를 안고 보냈다. 당초 탄생 600주년인 올해 10월9일 한글날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집안 사정으로 내년 초로 늦어졌다. 『제목은 아직 못 정했습니다. 제 습관이 쓰는 도중에 제목이 떠오르거든요. 그냥 「세종대왕」이 될 지 뭐가 될 지…』
이문구씨는 실록을 읽으면서 세종대왕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청소년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세종은 인물 자체가 교훈적입니다. 인물 이야기만 잘 그리면 교훈은 절로 녹아들 겁니다. 정치 경제 과학 문화 국방 등 모든 분야에 일일이 신경을 썼지요. 혹독한 고문을 금지한 것을 보면 인권주의자요 생명주의자입니다. 또 큰아들(후일 문종)이 수줍음을 많이 타고 유약한 모습을 보이자 함께 사냥을 다니며 호연지기를 키워주는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완전인간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 분야에 두루 유식하고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어 한 나라를 경영하려면 세종 정도는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대선출마자들과는 비교가 안되지요』
청소년소설인 만큼 약간의 고민도 없지 않다. 『후궁이 많다고 세종이 호색했다는 얘기를 일부에서 하는데 그런 증거는 없고, 아버지 태종이 자손을 번창시켜 왕실을 튼튼히 하기 위해 후궁을 많이 들여준 측면에서 서술해야 할 것 같아요. 역사적 인물을 그리면서 상업주의에 흐른다든가 다른 마음을 먹으면 인물을 왜곡하고 시대를 왜곡하고 진실을 왜곡하게 됩니다. 그 인물에 대한 모욕이고 후생으로서 도리도 아니지요』 소설에는 황희 맹사성 김종서 박연 장영실 등 당대를 수놓은 인물이 조연으로 등장한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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