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불황극복을 위해서도 안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로서는 지금 환율의 안정이 시급하다. 원화의 대미달러화환율이 8월말 900원 선을 돌파하더니 불과 한달도 못되어 910원 선을 넘어서 915원 선에까지 접근하고 있다. 최근 연 3, 4일째 최고치를 경신해 온 환율의 상승행진이 언제 어디에서 멈춰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동남아국가들이 지난 2개월동안 국제환투기자금이 불지른 통화대란에 말려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을 볼 때 국제투기자금이 우리나라 통화시장에 상륙하지 않도록 예방에 진력해야겠다. 아직 외국 핫머니(단기성투기자금)들이 서울외환시장에 침투한 증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결코 방심할 일이 아니다. 현재의 국내외 경제 여건으로 봐서는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원화의 환율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정부가 대외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한국경제의 동남아경제와의 차별화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기관에 의해 수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셸 캉드쉬 IMF 총재와 제임스 윌펜스 IBRD 총재 등은 23일 홍콩에서 개막된 연례총회에서 강경식 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의 예방을 받고 『한국경제는 매우 괄목할 만하며 최근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과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한국경제는 외채, 경상수지적자, 외채보유고 등이 태국보다는 훨씬 양호하고 또한 환율정책이 일찍부터 유동환율화, 원화의 실질가치가 환율에 반영되도록 했다. 뭣보다 국내 경기가 과열되지 않아 거품제거의 충격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고무적인 것은 94년부터 계속 적자를 보여 온 무역수지가 지난 6월에 이어 이번 9월에도 다시 흑자로 반전될 기미를 보인 것이다. 환율의 절하에 따른 수출가격경쟁력의 개선과 불황 등에 따른 수입감소에 힘 입은 것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운임수입 등 무역외수지를 포함한 경상수지적자는 지난해의 240억달러 선에서 130억달러 내지 140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병이 적지않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기아사태의 수습, 또다른 재벌그룹의 부도여부, 국내기업들의 환투기 등을 지적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자금 약 9조원이 기아그룹에 물려 있는 만큼 금융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자면 기아문제가 어떠한 형태로든 확실하게 타결돼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처럼 『기아와 채권은행단이 해결할 문제다』라고 발뺌해서는 안된다. 기아그룹이 오는 29일 부도유예협약의 만료를 앞두고 법원에 화의신청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매듭이 지어져야 한다.
또한 가공할 복병은 국내기업들의 환투기. 기업들이 환율격동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투기하는 것을 비판하기는 어려우나 투기를 위한 투기는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한편 재벌그룹 등 대기업의 부도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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