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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북한 ‘주체연호’ 사용 비판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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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씨 북한 ‘주체연호’ 사용 비판 기고문

입력
1997.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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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우상화로 북 위기 수습할 수 없다”/봉건개인독재체제와 무력통일노선 버리고 개혁·개방의 길 선택이 유일한 탈출구북한은 자기 수령의 탈상을 계기로 「주체연호」를 쓰기로 결정함으로써 다시금 세상 사람들을 개탄케 하고 있다.

스탈린주의와 소련의 붕괴는 북한 통치자들에게 준 심각한 역사의 경고였다. 많은 사회주의 나라들이 뜻하지 않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훈을 찾고 개혁개방의 길을 모색하였다. 유독 북한 통치자들만은 스탈린주의의 가장 나쁜 면인 수령 우상화와 개인독재를 몇배로 증폭하여 그것을 당과 국가건설의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국민생활을 지배하는 기본원리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이번에는 북한의 통치체제 자체가 헤어날 수 없는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북한은 오늘 세계 최악의 민생고를 겪고 있으며 빌어먹는 나라라는 수치를 무릅쓰고 국제사회의 자비에 매달리고 있다. 북한체제가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는 북한 통치자들에게 주는 역사의 마지막 경고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경고에서 응당한 교훈을 찾는 대신에 봉건주의 냄새가 그대로 풍기는 「주체연호」를 사용하여 김일성 왕조를 유지해 보려 함으로써 시대와 건전한 상식에 도전하고 온 겨레와 세계인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심중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

오늘 북한은 봉건주의와 전체주의적 통치수법이 결합되어 사회주의의 탈을 쓴 현대판 봉건주의의 전형이다. 독재를 반대하고 자유롭게 살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의 본성에 배치되는 개인독재는 포악한 폭력수단과 정신적 기만수단에 의하여 서만 유지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중앙으로부터 하부 말단에 이르기까지 조밀한 폭력독재망에 의하여주민들의 생활 구석구석이 통제되고 있으며 수령절대주의의 봉건도덕이 사람들의 자주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수령과 후계자는 천재적 예지와 고매한 덕성과 탁월한 영도력을 지닌 위인중의 위인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어째서 수령과 후계자는 북한을 오늘의 비참한 상태로 이끌어 왔으며 왜 수백만 주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구원하지 못하는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재능있고 근면한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오늘의 고통과 불행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50여년간 부자가 대를 이어 실시하여 온 봉건적 개인독재의 산물이라는 것은 더 논의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금 북한의 경제는 크게 당의 경제, 군대의 경제, 정무원의 경제 등 3부분으로 갈라져 있다. 외화벌이에 유리한 공장·기업소들은 당경제에 집중되어 있고 기술장비 수준이 비교적 높은 군수공장들은 군대경제에 속해 있으며 나머지가 정무원이 관리하는 일반 국민경제로 되고 있다. 당경제, 군대경제는 영도자의 개인소유나 다름없다.

이 부분경제의 수입과 지출에 대하여서는 위대한 영도자 밖에 아는 사람이 없으며 또 감히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북한에서는 국가를 위하여 군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위하여 국가가 필요하며 국가예산의 한 부분을 군대가 군사비로 쓰는 것이 아니라 군대가 쓰고 남은 것이 국가예산이 된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북한 통치자들은 당장 북침전쟁이 일어나는 것처럼 허위선전을 일삼고 있는가 하면 적을 일격에 소멸하고 전쟁위험의 근원인 남한의 존재자체를 없애 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 누구에게 물어 보더라도 남한이 군국주의이고 전쟁을 바라고 있다고 대답할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며 반대로 북한이 군국주의가 아니고 전쟁과 테러로 남한을 위협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취약한 경제력을 의식하고 있는 북한 통치자들은 선제공격과 전격전을 기본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역사적 사실은 배신적 선제공격과 전격전의 요행수가 결코 군국주의자들에게 전쟁승리의 열쇠를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평화적 경쟁에서 여지없이 참패한 북한이 비평화적 방법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통치자들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이 자연재해와 외국의 경제봉쇄에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천만부당하다. 북한 영도자의 신년사를 보면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도 만풍년을 이룩하였다』는말을 매년 되풀이하고 있다. 또 자립경제를 건설하여 놓았다고 장담하며 무기를 마음대로 팔아먹으면서 외국의 경제봉쇄 운운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만일 북한통치자들이 방대한 군사비와 수령 신격화에 쓰는데 낭비하는 거액의 몇 %만이라도 절약한다면 주민들의 식량을 해결하는 것쯤은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4,500만의 남한동포들은 북한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부유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북한 군국주의자들의 그 어떠한 도발도 물리칠 수 있는 힘과 수단을 가지고 있다.

오늘 남한동포들의 한결같은 의지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절대로 되풀이하여서는 안되며 전대미문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북한동포들을 하루빨리 도와주어야 하겠다는 뜨거운 동포애로 집약되고 있다. 날로 융성번영하는 대한민국은 북한동포들을 손쉽게 구원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남한동포들은 북한동포들을 마음껏 도와주지 못하여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 북한동포들에 대한 남한동포들의 지원을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북한 통치자들이다. 우리는 북한 통치자들에게 아직도 폭력혁명론과 군국주의 망령의 포로가 되어 동족상잔의 새전쟁 도발에 몰두하고 남북교류를 가로막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으며 얼마나 큰 죄악으로 되는가에 대하여 냉정하게 심사숙고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충고하고 싶다.

출로는 명백하다. 역사의 흐름에 배치되는 「주체연호」와 같은 우상화 놀음으로는 오늘의 위기를 수습할 수 없다. 북한통치자들은 이미 실패와 파산이 역사적 현실로 된 시대착오적인 봉건 개인독재 체제와 범죄적인 무력통일 노선을 버리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야 하는 것이며 7,000만 겨레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남북대화와 교류를 실현하는데로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이다.

역사와 민족앞에 더이상 엄중한 죄과를 범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북한의 모든 각성된 사람들은 눈을 가리우고 귀를 막은 채 썩고 병든 개인독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온 오랜 잠에서 깨어나 민족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투쟁에 적극 떨쳐 나설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이와 함께 우리는 북한동포들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고 있는 모든 애국적 해외동포들은 북한이 그릇된 노선과 정책을 버리고 개혁개방과 평화통일의 길로 나가도록 사심없는 애국애족의 입장에서 떼밀어 줄 것을 진심으로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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