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 화의신청으로 기아그룹의 장래는 또다시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화의신청에도 불구, 기아자동차와 일부 부품사만 회생시키고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산 등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한다는 채권단은 해법은 달라진게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화의는 기아해체의 한 과정일 뿐 그 자체가 최종해결책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변수가 워낙 많은데다 최종화의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아그룹 해체작업과 기아사태의 최종수습도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채권단이 화의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우선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기아특수강 기아인터트레이드 등 4개 계열사는 거치기간 포함, 5∼7년 채권이 동결(분할상환)되고 이자율도 감면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제3금융권 지급보증액 8,600억원을 포함, 기아자동차가 타계열사 지고 있는 총 3조7,000억원의 채무보증도 함께 동결된다. 따라서 기아자동차는 채권단이 당초 계획했던 1년간 채무유예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자동차와 기아특수강은 화의상태하에서 제3자인수가 계속 진행된다. 인수업체가 부채를 떠안는 방식이다. 아시아는 인수의사를 표명한 대우, 특수강은 공동경영을 선언한 현대 대우를 상대로 매각협상이 빨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화의신청으로 급한 불을 끈 만큼 기아가 「시간벌기」로 나올수도 있고 인수업체 역시 유리한 가격조건을 위해 뜸을 들일 공산이 커 한보 우성처럼 매각과정은 길어질 수도 있다고 채권단은 분석하고 있다.
화의가 성사되기까지도 넘어야 할 고개는 많다. 우선 채권단으로선 기아측이 장기채무동결이나 우대금리이하로 이자율감면같은 터무니없는 화의조건을 제시할 경우 동의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또 화의에 동의하더라도 추가자금지원을 받으려면 김선홍 회장의 사표제출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 특히 기아로선 화의에 따른 채무동결에도 불구, 4,000억원대 해외차입금 및 현지법인차입금 상환, 협력사 결제자금 등 정상영업을 위해선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 김회장의 사표제출이 없는 한 기아의 운명은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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