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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통령 연임제’ 저지 앞장 신추기경(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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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대통령 연임제’ 저지 앞장 신추기경(뉴스메이커)

입력
199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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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파워 주도 ‘민주 상징’필리핀 민주화의 상징인 하이메 신(68) 추기경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장기집권의 음모를 점점 노골화하는 피델 라모스 현 대통령의 정권야욕을 분쇄하기 위해서다. 86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89년 9월 사망)을 권좌에서 몰아낸 「피플 파워」는 이듬해 장기집권을 영구히 추방키 위해 헌법을 개정, 대통령 임기를 6년 단임으로 못박았다. 그러나 임기만료(내년 6월30일)가 점점 다가오자 라모스 대통령은 최근 「헌법개정」의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하며 필리핀 국민의 마음속에 원죄처럼 드리워져 있던 「장기독재의 망령」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21일 수도 마닐라 루네타 공원에는 60만명(경찰추산)의 인파가 모여 대통령 재선 출마 저지를 위한 대규모 군중집회를 가졌다. 중부도시인 바콜로드 일로일로 북부의 바기오 등 지방도시에도 반대시위가 잇따랐다. 신 추기경은 일요일이었던 이날 전국의 모든 성당문을 닫고 신도들은 거리로 나갈 것을 「진두지휘」했다.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는 루네타 공원 집회단상에서 그는 『라모스 대통령이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11년전 마르코스에게 보냈던 것과 같은 똑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필리핀 국민도 신 추기경의 뜻에 화답하듯 11년전처럼 노란색 복장과 모자를 쓰고 나왔고 차량 안테나에는 노란색 리본을 달았다. 노란색으로 황금물결을 이룬 이날 집회는 전국민의 84%가 신자인 필리핀 가톨릭교단의 민주화 열망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16세기 스페인의 속국으로 전락한뒤 지금까지 전통처럼 돼 있는 교단의 정치참여는 일부 비난에도 불구, 필리핀 민주화의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 정권이 갓 출범한 92년 에이즈 방지와 인구억제를 위한 라모스 정부의 콘돔장려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아시아권에서 가장 근접한 교황후보로 자리매김한 가톨릭 교단의 거장 신 추기경이 라모스와의 마지막 싸움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거리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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