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축제분위기 유도 이례적 ‘지방추대’/주민 배채우기·경제난 타개 노선선택 주목북한이 94년 김일성 사후 3년 넘게 끌어온 김정일의 최고직책 승계 절차에 본격 진입했다.
평남 노동당 대표회가 21일 김정일을 당총비서로 추대키로 결정한데 대해 통일원 등 정부당국과 북한전문가들은 앞으로 이같은 김정일 총비서 옹립 움직임이 각 지역 도당을 중심으로 당창건 52주년인 10월10일 직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김정일이 당의 수위인 총비서의 자격으로 당창건일을 맞으리라는 것이다.
당총비서를 선출하는데 이처럼 지방 도당 차원의 추대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김일성 시대에도 전례가 없다. 김일성은 옛 소련군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오랫동안 친중국계, 친소련계, 남로당의 정적들을 제거하면서 「자력」으로 대권을 잡고 「인민의 어버이」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최고지도자에 낙점된 인물이다. 김일성이 당총비서와 주석이라는 최고권력직과 국가수반직을 갖고 사망한 이후 두 자리가 공석으로 남았던 것도 김정일이 자신의 취약한 인민적 지지기반을 고려, 김일성에 대한 자신의 효성과 김일성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일성 3년상이 지난 7월8일로 끝남에 따라, 이제 더이상 「효자론」에 입각한 권력승계 유보도 명분이 서지 않게 됐다. 그래서 최고직책에 오르기 위해 김정일은 김일성과 달리 중앙당 하부 조직인 지방당 차원의 추대 결의 형식의 필요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일 시대의 공식화를 위한 전국적 축제 분위기가 유도되고 있으며 이미 권력승계 절차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이 최고직책 승계를 앞두고 「북한 회생」의 아이디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사실 그동안 김정일이 권력승계를 미루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국제고립과 경제난, 잇단 탈북 사태 등 위기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김정일 시대의 새 비전을 제시할 만한 처지가 못됐다는 것이 주요인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주민들의 배를 채우고 파탄난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김정일이 선택할 노선이 우리의 주목 대상이다. 더욱이 김정일은 인민무력부장과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현재 공석인 권력직을 메우고 기능이 상실된 당대회와 최고인민회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등 조직을 재가동해야 하는 등의 과제를 안고 있어 대대적인 조직정비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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