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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유지·회생 ‘시간벌기’/기아 화의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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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유지·회생 ‘시간벌기’/기아 화의신청

입력
199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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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동의해도 사태 근본해결 도움 못줄듯/결정 3∼6개월 걸려 ‘해법’ 차기정권에 넘긴 셈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기아그룹의 4개 주력계열사가 22일 전격적으로 법원에 화의를 신청함에 따라 기아그룹의 앞날이 다시 짙은 안개속에 휩싸이고 있다.

화의결정에 앞서 재산보전처분이 나오면 기아그룹의 채무가 동결될 뿐 아니라 법원의 화의결정까지는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기아사태는 사실상 차기정권이 풀어할 숙제로 넘어가게됐다. 때문에 기아그룹의 화의신청은 「김선홍 회장 체제를 고수하기 위한 다목적 시간벌기」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29일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기한이 다가오면서 기아자동차와 일부부품사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법정관리 등을 통해 매각, 정리하는 방침을 굳혀왔다. 기아그룹도 정부와 채권단의 압력이 거세지자 당초 입장을 바꿔 이에 동의하기로 의견을 정리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의 의도대로 부도유예 해제 이후 주요계열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기아그룹으로 부터 공중분해될 경우 현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내외 비난 여론이 커지고, 이로 인해 김회장의 입지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21일밤 긴급사장단회의를 열어 화의신청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화의신청을 발표한 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장도 『기아그룹 주요계열사들이 부도유예기간 이후 법정관리되거나 부도처리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막기 위해 화의를 신청했다』면서도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는데도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기아는 이처럼 화의신청을 통해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계열사 처리문제에 임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아그룹은 또 채권단이 일부 채권금융기관의 부도위험까지 초래하고 채권동결기간이 최장 20년에 달하는 법정관리 보다는 채권유예기간이 최장 7년인 화의신청을 「선호」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화의신청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판단은 현재로서는 채권단이 화의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아 일단 주효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기아그룹의 화의신청은 여전히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크다. 화의신청이 결정되면 기아그룹에 대해 8,600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는 제3금융권을 비롯한 채권상환이 장기간 동결돼 기아측으로서는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측은 김회장의 사표제출이 없는 한 추가지원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화의결정을 위한 채권단과의 협의과정에서 여전히 이 부분이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채권은 동결되더라도 화의신청이후 협력업체 등이 기아측의 발행어음을 할인받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이 경우 기아의 어음발행도 불가능해져 재무상황이 최소한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협력업체들과 동시에 부도위기까지 맞을 우려가 높아 화의신청이 기업회생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사태 장기화로 경제전반에 주름살을 더욱 깊게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결국 기아그룹의 화의신청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의 거취가 기아사태 해결의 열쇠로 더욱 선명하게 등장하고 있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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